'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나'가 본질이 되어야 한다.
내 가장 두껍고
무거운 페르소나는?
페르소나를 나열할 때.
가장 먼저 튀어나온 페르소나는 '직장인'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꼭 직업이 아니더라도, '본업' 또는 '먹고사는 것'과 관련된 것이 우선순위로 나올 확률이 높다. 그것은 가장 두껍고 무거운 페르소나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어쩌면 그것은 나를 숨 막히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바꿔 생각하면, 아주 재밌는 변화가 일어난다.
가장 두껍고, 가장 무거운 페르소나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고, 또 가장 할 말이 많다는 것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 페르소나를 잘 파헤치면, 나 자신을 그만큼 더 많이 그리고 확실하게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더불어, 내가 써낼 글의 소재도 무궁무진해진다. 실제로, 내가 출간한 8권의 책 중 '직장인'의 페르소나를 바탕으로 쓴 것이 절반을 차지한다.
내가 먹는 것이 '나'가 되고.
내가 쓴 것이 '나'가 되고.
내가 생각한 것이 '나'가 된다는 말이 있다.
오늘의 '나'는 내 여러 행동과 생각과 경험으로 이루어진 복합적 존재다.
이 복잡 다단한 존재를 한 번에 다 알 순 없으니, 가장 두껍고 무거운 페르소나라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업세이를 써야 하는 이유'
‘업세이’는 ‘업(業)’과 ‘에세이’를 합친 말이다.
나는 ‘업세이’가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쓰고 담아내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내 가장 두껍고 무거운 페르소나를 풀어낼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인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내 '직업'에서 '업'을 끄집어낼 수 있는 혜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직업'과 '업'의 차이는 매우 크다. 직업에 머무르면 '벽돌을 나르고 있다'라고 말하고, '업'을 깨우친 사람은 '집을 짓고 있는 것'이라 말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번아웃이 왔을 때.
십 수년의 직장생활이 무의미하단 것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러다 글쓰기를 결심했고,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일에는 어떠한 '의미'와 '가치'가 있을 거라며 한 자 한 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직장 내공>과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로 출간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훌륭한 '업세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직업'에서 벗어나 '업'을 발견하게 되니, '본업'은 물론 '작가'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점점 더 잘 풀려 나갔다. 직장에선 더 인정받게 되었고, 더 좋은 성과를 하나 둘 내기 시작했다. 회사 지원으로 MBA를 공부하기도 했고, 그 어려운 주재원 기회도 두 번째 맞이할 수가 있었다. 더불어, 이러한 경험은 또다시 글쓰기 소재와 강연 주제가 되어, 개인의 성장에도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 마디로, '업'의 깨우침을 통해 선순환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메타인지 글쓰기' 관정에서, '업세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소재가 무궁무진해진다.
쓰고 싶은 것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단, ‘나’와 ‘내가 하는 일’을 직업으로 바라보지 말고, ‘업’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 걸음 떨어져 메타인지를 통해 나를 조망한다.
아,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었구나.
내 일은 어떤 의미가 있고, 왜 해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구나.
또, 내 일을 통해 수혜나 도움을 받는 사람과 부서는 이렇구나.
글의 소재는 물론, 일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결국 내 업이 나를 평생 먹여 살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식이 많으면 좋은 글이 나올까?
내가 성공을 했다고 그 방법을 알려 주면 사람들이 꽃을 본 벌떼처럼 달려들까? 이래라저래라 하는 시대는 없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요즘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직접 부딪쳐보거나 검색을 통해 공부하고 스스로 깨우치려는 정서가 가득하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를 담으면 사람들은 귀를 기울인다.
지식과 노하우만 담으려 하지 말고 그곳에 나와 나의 이야기, 진솔함을 담아야 한다.
업세이는 내 전문영역을 진솔함과 함께 잘 담아내는 장르다.
나는 글쓰기 강의를 할 때 무조건 세 가지 이상의 주제로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추천한다.
소위 말해 ‘문어발식 글쓰기’다. 한 장르나, 한 주제만 고집하면 오히려 글쓰기는 멈춘다. 다양한 글쓰기의 시도를 통해 이 글이 안 써질 땐 저 글을 쓰며 서로 상호 보완을 해야 한다.
그래서 추천하는 세 가지 주제는 ‘업세이’와 ‘에세이’, 그리고 ‘취미’에 관한 이야기다.
‘에세이’는 일기처럼 편안하게 내 일상과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것이고, ‘취미’는 영화 감상평이나 서평과 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쓰면 된다. 이와 더불어 ‘업세이’는 첫 번째에 이야기한 것과 같이 글의 소재가 끊이지 않기에 가장 자신 있게 써 내려갈 수 있고, 또 가장 많이 써낼 수 있는 주제이자 장르다.
'업세이'는 내 가장 두껍고, 무거운 페르소나를 잘 규명해준다.
그 안에 있는 '나'를 잘 추출해내는 아주 확실한 도구인 것이다.
'나는 일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있다.
동의한다. 그러나, '일'에는 나라는 '자아'가 진하게 묻어 있다. 더불어, '자아'는 '일'에 따라 변하고 요동한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간파하지 못하면. '나'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직장인이라면 일 속에서.
육아를 하는 사람이라면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학생이라면 공부하는 내 모습에서. 일과 육아와 공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스스로를 돌아보며 글로 써봐야 한다.
'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나'가 본질이 되어야 한다.
'업세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