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이므로.
'월요일이 사라졌다'라는 영화 제목이 떠올랐다.
근 얼마의 시간 동안 내게는 '브런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내 수많은 글을 모아둔 곳.
내 세계관이 숨 쉬고 있는 곳.
내 아직 미처 글로 표현하지 못한 글이 잠자고 있는 곳.
디지털 세상의 허무함은 가상세계라는 이름의 그것 그대로다.
내 글은 '0'과 '1'로 계산된 데이터다. 그것은 어디엔가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것도, 내 손이 아닌 남의 손에.
만약 그것이 복구가 되지 않는다면.
내가 쓴 모든 글이 날아가버린다면.
그렇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자문했다.
다행히, 불안하지 않았다.
본질은 '글'이 아니라, '글을 쓰는 나'이기 때문이다.
글은 다시 쓰면 된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은 질문을 던지면 된다.
나는 내 글이 유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내 생각과 질문이 멈추지 않을 것이란 뜻과 상통한다.
그저 내가 불안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나에게 그것은 글쓰기의 한계에 대한 두려움이고, 더 많은 걸 표현해내지 못하는 내 필력의 부족함일 것이다.
브런치가 없어지면 나는 무엇이 되는가.
답은 간단하다.
그저, '작가'다.
내내, '작가'다.
끝내, '작가'다.
브런치의 있고 없음이 그것을 재단하진 않는다.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