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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01. 2022

글쓰기는 느낌표가 아니라 물음표다.

오늘도 그저 쓰는 이유

느낌표와 물음표 중 무엇이 더 좋은지를 묻고 싶다.

내 대답은 글쓰기 전과 후로 나뉜다. 글쓰기 전에 내가 선택했던 건 느낌표였다. 느낌표는 감탄을 나타내는 부호다. 감탄은 외부의 것에 대한 내 반응이다. 멋진 풍경을 보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신나는 음악을 듣거나, 놀이 기구를 타며 스릴을 느끼거나. 세상엔 참으로 많은 느낌표가 있다. 즐길게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탄은 어느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첫째, 그것에 익숙해지고 무뎌져서. 둘째, 더 큰 느낌표를 얻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해서. 셋째, 그럴 여유가 없어서.


더 이상 감탄할 수 없는 마음에 공허함이 찾아왔다.

그 공허함이 나에게 속삭였다. '왜, 좀 더 소비 좀 하지 그래? 이건 어때? 저건 어때?'. 그때 깨달았다. 내가 누린 느낌표는 모두 '소비'의 대가였다는 사실을. 그 소비 안엔 내가 없었다. 내가 소비한 건 '돈'과 '시간'이었는데, 알게 모르게 나는 나 자신을 그것들에 갈아 넣었던 것이다. 물론, 소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소비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균형에 있다. '소비만'하며 산다면 그것은 문제라 볼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문제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한 후부터 변화가 찾아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글쓰기 또한 느낌표를 다른 무언가로 바꾼 뒤부터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물음표'다. 물음표는 질문을 나타내는 부호다. '나는 왜 이리 소비적으로 살고 있을까?'란 질문을 던지자, '소비만'하던 내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남이 다녀온 풍경을 따라다니고, 남이 먹은 걸 따라먹고, 남이 듣던 음악을 따라 듣고, 남이 신나게 놀고 왔다고 하니 그곳에 가고 싶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중,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소름 끼치게도 그 어느 하나 없었다. 묻지 않으니 대답할 일이 없고, 대답할 일이 없으니 따라 하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글을 쓴 후 나는 '물음표'를 격하게 좋아하게 되었다.

진정한 인문학은 '나라는 마음의 호수에 던지는 왜라는 돌'이라 말하는 이유다. 계속해서 질문이란 돌을 던지니, 마음은 요동하지 않는 날이 없고. 마음이 요동하지 않는 날이 없으니 글쓰기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소비만 하던 나'에서 '생산을 하는 나'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그러하는 사이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물음표를 사방에 뿌리면 뿌릴수록 감탄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 느낌표는 이전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저 좋다고 하던 걸 보며 느낀 그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감탄이다. 외부가 주는 자극이 아니라, 내부에서 발현되는 에너지. 세상을 달리 보고, 일상을 특별하게.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존재가 감탄하는 그 느낌의 기쁨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느낌표와 물음표는 삶에 있어 꼭 필요한 부호다.

느껴야 하고, 물어야 한다. 그러나 굳이 그 우선순위를 두자면 이제 나는 '물음표'에 힘을 더 싣는다. 힘을 더 싣되, '느낌표'와의 균형을 잊지 않는다. 생산과 소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생산을 하려면 소비를 해야 하고, 소비를 하려면 생산을 해야 한다. 그 쳇바퀴 안에 내 위치의 한 점을 찍어야 한다. 이전에 그 점이 '소비'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생산'에 가깝다.


글쓰기는 느낌표가 아니라 물음표다.

질문으로 써 가는 글엔 감탄이 도사리고 있다. 느낌표는 그다음이다. 물음표를 먼저 떠올리자고 마음먹는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세상에도. 그리고 삶에도.


진정한 감탄을 원하기에, 스스로에게 묻는다.

스스로에게 묻기에, 무언가를 생산해낸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그저.

묻는다.


그저.

느낀다.


그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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