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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30. 2022

단점은 내가 안고 가야 할 에너지

열등감을 보상으로 바꾸는 방법

내 단점을 후벼 파는 곳, 직장


사람에겐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장점'은 말 그대로 '긴 것'을 의미하고, '단점'은 '짧은 것'을 의미한다. 내 바로 앞 음식을 집어 먹기 위해선 거대하게 긴 젓가락이 필요 없다. 오히려 짧은 젓가락이 있어야 나는 정상적으로 무언가를 먹을 수 있다. 활발한 성격이 어느 장소에선 장점이 될 수도, 또 어느 시점에선 단점이 될 수 도 있다. 이러한 '장점'과 '단점'의 상대성을 부추기는 곳이 바로 직장이다. 직장엔 무수한 변동 값이 있고, 가늠하지 못할 여러 상황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직장이라는 곳에서 '단점'이라는 책을 잡히게 되면 그것의 상대성은 줄어든다.

그러니까 나는 '이러이러한 것이 부족한 사람'이란 낙인이 찍히게 되면 그것은 절대성으로 발효되고, 그 이미지를 바꾸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낙인 효과'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한번 찍힌 낙인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여기에 그와 관련한 무슨 실수라도 한다면 '확증 편향'이 가속화되면 나는 '그런 사람'이란 낙인을 지워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직장에선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된다.

서로를 헐뜯으려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인정보다는 지적이 더 많은 곳이 직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정말 많이도 상처받았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내게 찍한 낙인은 내가 새긴 것이 아니며, 그것을 새긴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불가능한 것에 집착하면 다치는 것은 그저 나 자신일 뿐. 집착하지 않고 내려놓으면 마음 편해지는 것들이 직장 생활엔 꽤 있다.


직장은 내 단점을 후벼 파는 곳이다.


상처를 최소화하거나, 후벼 파지는 그 고통을 감내하고 빠르게 회복하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단점과 열등감의 상관관계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아들러(이하 아들러)'는 '열등성', '열등감' 그리고 '열등 콤플렉스'라는 세 가지 개념을 명확하게 구별해 사용했다.


'열등성'이란 시력이 나쁘거나, 키가 작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구체 사실로 남보다 뒤떨어진 성질을 말한다.

'열등감'이란 자신이 열등하다고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생각이나 감정'을 말한다. 남과 비교해서 그리 뚱뚱하지 않지만, 스스로 자신이 뚱뚱하고 게으르다고 생각하면 이것이 바로 열등감이 된다. '열등 콤플렉스'는 이 열등감을 바탕으로 한 회피적 성격이나 상황을 말한다. 


내게 있어 '단점'은 '열등감'을 촉발하는 도화선이다.

상사에게 '자네는 참 디테일하지 못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게 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나는 그 이후로 '디테일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그 상사는 주변 모두에게 그리 말했다. 자그마한 실수라도 한다면 그 모든 원인은 내가 디테일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 결론지었다. 변명할 생각은 없다. 아마도 그땐 디테일이 부족했던 때였을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듯, 내게 있어 부족한 무언가가 허점을 보였기에 내게 그런 선고가 떨어졌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생각이 스스로에게도 전염되었다는 것이다.

스스로도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선고를 하였고, 단점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보니 상처를 후벼 파는 건 다름 아닌 나였다.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증폭하여, 나는 더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단점에 대한 선고와 낙인은 열등감을 증폭시켰다.

하루하루가 메말라가는 느낌이었다.


열등감을 보상으로 바꾸는 방법


프로이트는 '의식'과 '무의식'을 명확히 구분했다.

다양한 신경증적 증상은 의식과 무의식 간의 모순으로 인한 갈등이라 정의했다. 그러나 아들러는 이를 부정했다. 의식과 무의식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목적을 향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동차의 엑셀과 브레이크를 생각해보면 쉽다.

그 둘은 반대의 기능이다. 한 마디로 모순이다. 하나는 가게 만들고, 또 하나는 서게 만든다. 그러나 자동차가 움직이고 원하는 방향과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선 이 둘 모두 필요하다. 반대의 기능을 행하고 있지만, 크게 보면 상호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아들러는 이러한 관계를 '전체론'이라고 불렀다.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큰 통일체라고 정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표현하지면. '엑셀'은 '장점'이고, '브레이크'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단점을 극복하려 노력한다면, 그것을 완벽히 바꾸진 못하더라도 그 노력의 과정에서 오는 선물이 있지 않을까? 귀가 들리지 않았던 베토벤, 잘 볼 수 없었던 화가 마네. 그들이 이룬 건, '단점'이라는 '열등성'과 '열등감'을 이겨낸 무엇이었다. 아들러는 이를 '보상'이라고 정의했다. 열등감 콤플렉스를 이겨내려 노력할 때 주어지는 성장의 선물.


디테일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극복하려 나는 노력했다.

내 상사가 바라는 것 이상을 이루긴 쉽지 않았다. 아마 지금도 그분에겐 성이 차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좀 더 디테일해지려 노력했고, 그것은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이제는 한 번이라도 더 살피려 노력하고, 무언가 마무리를 지을 때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타고는 기질은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은 신경증을 악화할 분이다. 다만, 나는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채워 나가는 것에서 오는 희열과 보람을 만끽하자고 마음먹었다. 내 상처를, 대 단점을 더 후벼 파지 않게 되었다. 부족함은 부족한 대로 인정하고, 그것을 메꾸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

단점의 다른 선상에 있는 장점에 나는 더 주목했다. 직장인은 대개 지적받고 나면, 기분이 처지며 자신이 잘하는 것까지도 잊는 경향이 있다. 단점을 지적받고, 그것으로 낙인찍혔다고 해서 자신의 장점마저 부인하면 안 된다.  


잘하는 것은 더 잘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가면 된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느끼느냐는
그의 과제다.


앞서 타인의 감정이나 행동을 우리는 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하려고 힘을 쓰는 순간, 그 힘은 모두 쓸데없는 것에 대한 소모로 결론 난다. 나를 낙인찍거나, 나를 판단하는 사람은 그의 입장에서 타당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그 과제는 그에게 귀속된다. 그 과제를 굳이 내가 떠안을 이유가 없다.


이러한 '과제의 분리'는 직장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단점을 내가 안고 가야 할 에너지'로 규정할 수 있는 보상체계가 작동된다.


오늘 나는 어떤 단점으로 지적받았는가.

오늘 나는 어떤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가.

오늘 나를 쪼그라들게 만드는 열등 콤플렉스는 무엇인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느냐는 '내 과제'다.

타인과의 '과제 분리'가 중요하듯, 자신과는 '과제 발굴/ 일치'의 과정이 중요하다. 이것은 타인과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개념이자 숙제다. 타인에게 휘둘리고, 그들이 내 상처를 후벼 파게 두는 건 내 과제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즉,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거나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할 때 직장에서의 고단함은 가중된다.


단점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어떻게 지금 상황을 극복하고 개선시켜 나아가야 할지를 감정으로 세세히 느끼게 해 준다.


이것을 느껴야 한다.

느끼지 않으면 행동할 수 없다.


결국, 불편한 마음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단점이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에너지란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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