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배분'도 잘해야 한다.
우리는 늘 어떠한 자극을 필요로 한다.
그것들 대부분은 쾌락적인 것에 집중되어 있다. 맵고 짜고 단 음식을 먹거나, 술과 담배를 하거나. 잠시 켜 둔 스마트 폰을 들고는 손목과 팔이 아픈지 모른 채 짧은 동영상에 영혼을 빼앗겨 몇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다. 이러한 경험은 잠시 잠깐의 행복을 주는 '도파민'이란 호르몬에 기인한다.
'도파민'은 우리네 신경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전달 물질 중 하나다.
도파민은 주로 뇌의 보상회로를 활성화하는 주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이에 근거하여 다양한 감정적 행동을 야기한다. 무언가 나에게 이익이 된다는 생각과 감정이 들면 도파민은 곧바로 '기쁨'을 양산한다. 이는 '마약'에도 적용된다. 이 자극은 뇌 안의 보상 회로를 직접적으로 빠르게 자극한다. 중독이 일어나는 이유다. 기다릴 새 없이, 쾌락이라는 보상을 곧바로 느끼고 싶은 사람의 욕구는 중독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도파민은 행복, 기억, 의욕, 운동 능력, 인지 등 우리 뇌 전반에 관여한다.
도파민이 과부족에 따라 조현병, 우울장애, 치매, ADHD 등의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현대 사회가 도파민을 지향하는, 아니 중독을 장려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파는 자와 사는 자가 만들어내는 거대 경제 안에서 '자극'은 갈수록 맹렬해져야 한다. 더 강하고, 더 집요하고, 더 충격적인 것들이 우리 눈과 뇌를 사로잡는다. 도파민은 이미 포화 상태에 빠져 우리는 그 안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도파민 단식'이 필요할 때다.
UC 샌프란시스코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인 캐머런 세파가 처방한 도파민 단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식한다.
둘째, (단식 시간엔)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물론 어떠한 종류의 화면도 보지 않는다.
셋째, 음악을 듣지 않는다.
넷째, 온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다섯째, 업무를 하지 않는다.
여섯째, 다른 사람과 스킨십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일곱째,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봉쇄하는 방법이다. 자극에 휘둘리지 않는 자아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내면을 바라보는 것이다. 사실, 위 일곱 가지를 모두 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이라도 정해놓고 몇 가지라도 해보는 게 좋다.
그런데, 나는 '도파민'이란 말을 들으면 '새해'가 떠오른다.
매 년, 우리는 새해에 맞추어 과도한 도파민을 생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새해'라는 말에 속지 않는다.
지키지도 못할 결심을 한 뒤, 단 새해 며칠만 깨작하다가 일 년의 모든 나머지 날들을 자책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껏 그리 살아왔으니, 남은 삶은 좀 다르게 살고 싶다.
사실, '새해'는 없다.
'시간'이란 인류가 인위적으로 구분한 '단위'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그저 '어제와 오늘'일뿐이다. 그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바로 우리다.
'새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히면, 도파민 분비를 효율적으로 할 수가 없다.
캐머런 세파가 말한 도파민 단식의 마지막에, 나는 이 말을 더하고 싶다.
'새해라는 도파민 그리고 그 거짓말에 속지 말 것.'
굳이 말하자면 매 해가 '새해'이고, 매일이 '새날'이다.
아침에 눈을 뜸과 동시에, 우리는 새로운 현재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크게 결심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도파민에 휘둘려 해내지도 못할 계획을 새해에 결심하거나, 그것을 해내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말자는 것이다. 새해에 '도파민'과 '의미'를 몰빵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1년 365일 고르게 배분하여 묵묵하고 꾸준히 이어 나가자는 것이다.
도파민의 뒤엔 언제나 헛헛함이 따라온다.
이것이 '자책'이 될 것이냐, 아니면 다음을 위한 '숨 고르기'로 될 것이냐는 우리네 마음 가짐에 달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도파민의 산을 쉽고 빠르게 오르면, 그 나락의 폭과 공허함이 더 크다.
새해라는 도파민.
새해라는 거짓말.
진실은 우리가 마주한 오늘에 있다.
새해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의미를 몰빵 하지 말자. 도파민에 취하지 말자. 언제나 마음 설레어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도파민 단식'만이 아니다.
'도파민 배분'도 잘해야 한다.
새해를 너무 무겁게 시작하지 말자.
다만, 반복되는 하루하루의 새 날은 지금보다는 좀 더 진중하게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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