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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21. 2023

운전대로부터의 영감(靈感)

나는 흔쾌히 쓰기로 했다. '영감'이라는 선물을 받고서.

하다 하다 이제 운전을 하면서도 영감을 얻는다.

글쓰기의 선물이다.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보지 않는 시선. 특별하지 않은 걸 특별하게 바라보는 관점. 어쩌면 지겹고 힘들지 모르는 운전이란 행위에서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아무래도 큰 축복이다.


집안의 운전은 거의 내 몫이다.

아내는 면허는 있지만 운전을 좋아하지 않고, 아이들은 아직 성인이 아니니 별 수가 있나. 가장이란 페르소나는 차 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운전의 처음은 설렘과 즐거움이었다.

면허를 받고 처음으로 시속 100km에 도달했던 그때가 나에게는 또렷하다. 그즈음, 이제 나도 어른이란 생각을 한 것도 같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자 간사한 요물이다. 뻥 뚫린 도로를 달릴 때야 좋지만, 빼곡히 차들이 들어선 교차로나 도대체 왜 밀리는지도 모르겠는 고속도로에 서 있으면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어느샌가부터 운전이란 피곤하고 귀찮은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유럽 주재원 시절 차로 유럽 한 바퀴를 도는 여행 중이었는데, 거의 만 킬로 가까이 되는 그 운전의 여정이 나에겐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도로를 쭈욱 내달리며 나는 무념무상에 빠졌다. 낮엔 여행하고 밤에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터라 가족은 모두 잠든 덕(?)분이었다.


하지 않던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소비적으로 살고 있을까? 잘 먹고 잘 살자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있는 내 삶은 과연 옳은 걸까? 무엇을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문득 든 생각이 바로 글을 써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를, 처음으로 시속 100km를 넘었던 그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2015년 9월. 밤 11시 40분.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접어드는 국경을 약 20km 앞에 두었던 아우토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거듭난 그때. 평범한 직장인이 생각보다 더 대단한 자신을 깨우쳤던 그때를.


글쓰기를 한 후 운전은 내내 즐거움이 되었다.

수많은 영감을 얻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글로 풀어내겠지만, 운전은 인생과 소스라칠 정도로 닮아있다. 아니, 삶이 운전을 닮은 것일까. 운전대를 잡으면 마치 교육 방송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앞 유리는 하나의 화면과 같다. 우리네 인간 군상과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삼라만상과 희로애락. 그것을 담아낸 화면. 창 밖엔 라이브로 온갖 재밌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 흥미로운 것들을 그냥 놓칠 수가 없다.

그것들은 나에게 어서 자신들을 글로 쓰라고 종용한다.


세상에 공짜가 있나.

나는 흔쾌히 쓰기로 했다. '영감'이라는 선물을 받기로하고.


이제부터 하는 내 이야기는, 운전대에서 얻은 삶에 대한 통찰이자 운전의 모든 부정적 요소를 날릴 수 있는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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