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관통하는 글쓰기가 우선입니다.
브런치에 합격하셨나요?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습니다.
혹시, 필명은 가지고 계신가요? 그리고 합격의 기쁨을 주위 분들에게 알리셨나요?
필명을 가지고 있다면 다행.
그렇지 않다면 어서 빨리 필명 짓는 것을 권장합니다.
주위 분들에게 아직 안 알리셨다면 다행.
혹시라도 알리셨다면 거기에서 멈추시길 또한 적극 권장 드립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만, 감히 말씀드리건대 제 이야기를 새겨들으시는 게 더 좋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브런치에선 작가님들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정체(?)가 드러나면 글쓰기에 생각보다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입니다.
압니다.
나 글 쓴다고. 브런치 합격 했다고. 자랑하고 싶으실 겁니다. 그 욕구와 바람을 왜 제가 모르겠습니까.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내 글을 알리고, 그분들께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주신다면 그 또한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고요.
그런데, 냉정히 하나만 묻겠습니다.
여러분 주위 친한 사람이나 가족이 글쓰기 시작했다고 그 글을 공유해 주면, 진심으로 잘 읽어 주시나요? 아마, 한 두 번은 그럴 수 있겠습니다. 잘 썼다고, 대단하다고. 영혼 1g 정도를 담아 반응하겠죠. 그러나 그 상황이 반복된다면? 계속해서 읽고, 끊임없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러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러하지 않은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글을 쓴다고, 내가 작가가 되었다고 혼자만의 기쁨에 취해 떠벌리고 다닌 저는 그 순간을 후회합니다. 직장에선 칭찬과 격려보다 딴짓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고, 믿었던 사람들은 제 글을 악의적으로 편집하여 단톡방에서 누구누구를 지칭하는 것 같다고 추리놀이를 합니다. 제가 전하려 했던 본질과 의미는 온데간데 없고, 가십거리로 전락한 제 글을 맞이해야 했던 겁니다.
제 수강행 분 중에는, 며느리로서의 고충을 글로 써 내려가시는 분이 계십니다.
글을 쓰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아주 소중한 시간으로 삼고 계십니다. 다행히, 이 분께서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가족들에게조차 그 사실을 함구했습니다. 그래서 온갖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내실 수가 있게 된 겁니다. 만약, 그러하지 않았다면 그 글은 가족 모두를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었을 것이고, '애미야,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거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무엇보다, 그 글로 인해 상처받고 오해하는 사람이 의도하지 않게 양산되기 시작했겠죠.
중요한 사실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의 글쓰기를 제가 스스로 떠벌린 것은 첫째,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였고 둘째, 그분들에게 내 글의 조회수를 올리거나 책 한 권 더 팔아보자는 사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혹독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글의 조회수가 많이 올라가거나 그분들이 제 책을 많이 사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만 사고만 겁니다.
내 글의 영향력이 가 닿아야 하는 곳은.
내 주위가 아니라 내 생활 반경 너머의 사람들입니다.
주위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객관적이지 못한 판단이 난무합니다.
저 멀리 있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이 진짜입니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글로 제압할 수 있다는 건 작가에게 있어서 커다란 희열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건지도 모릅니다. 내 생각을, 의미를 객관적으로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독자분들.
절대, 주위 사람을 위해 글을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들에게 조회수나 책구매 동냥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아서 읽히고, 알아서 팔리는.
그러한 글과 책을 지향하시기 바랍니다.
그러하기 위해선, 꼭 필명을 지으셔야 합니다.
내 글쓰기를 주위에 (구체적으로) 알리지 말아야 합니다.
개인 브랜딩으로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는 프리랜서라면 모두에게 밝혀도 좋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떠벌리고 광고하고 가까이든 널리든 알리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아직은 무어라도 쓸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주위 말고, 내면에 더 집중하세요.
지인 말고, 타인에 더 집중하세요.
내면에 집중할 때, 저 멀리 나를 모르는 사람들도 어루만질 수 있는.
그러한 좋은 글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라고 명명합니다.
우리 자신을 먼저 관통합시다.
주위 사람들에게 내 글을 강요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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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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