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바로 '작가'의 도리가 아닐까 합니다.
어느덧 '작가'라는 페르소나를 스스로 쓴 지 7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페르소나는 글을 씀으로써 생겨났고, 글을 씀으로써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스스로가 좀 놀랍긴 합니다.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꾸준히 쓴 적도 없는 제가 무려 8권의 책을 내고 지금도 또 한 권의 출간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글로 확장된 페르소나의 확장도 흥미진진합니다. 멘토링부터 강연, 여러 기업과 방송의 협업까지. 지금도 메일함에 무언가를 같이 하자는 연락이 오면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곤 합니다.
글쓰기의 긍정적 영향은 본업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다시 한번 더 바라보게 되었고, 힘들고 상처받았던 과거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은 어느새 단단한 생활근육과 훌륭한 루틴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본업'에서 '업'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정말로 좋았습니다. 일의 능률은 더 오르고, 성과도 잘 나게 되었습니다. 나와 회사가 같이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잘 일하게 된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제 의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조직의 생리입니다. 무언가 공통되는 것들 즉, 조직의 범주 안에 있는 무언가를 하면 문제가 없는데 '작가'라는 활동은 그 범주와 리스트에 없던 것이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매 주말 골프를 치러 간다거나 시간 날 때마다 술을 마신다면 삐딱한 시선을 받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같은 여가 시간에 한 '작가'라는 활동을 보며 사람들은 '딴짓한다', '투잡 뛴다'라고 쉽게 판단하고 단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작가로서의 페르소나가 두꺼워지기 시작하자, 상사는 물론 인사팀에서 면담이 진행되었습니다.
그것은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 저는 회사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그 안에서 끝장을 보자는 마음이었죠. '작가'라는 활동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상사와 인사팀의 피드백은, 회사 하나만을 바라보던 저에게 크나큰 충격이었습니다. 일종의 협박으로까지 느껴졌던 그날의 감정을 여전히 기억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변했습니다.
'작가'라는 페르소나 외에도, '유튜버'와 '크리에이터' 등의 다양한 그러니까 조직의 통념을 뛰어넘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회사에서는 이러한 문화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변화하는 인재들의 관리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동료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좋아해 주는 동료도 있었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믿었던 사람마저 제가 쓴 글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여기저기에서 소란함을 만드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하지 못하는 걸 한다는 건, 시기와 질투를 양산한다는 걸 저도 이해합니다. 저도 사람이기에,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거나 이룬 동료들을 보면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왜 이리 다를까... 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물론, 글쓰기를 한 후 저는 포용력이 늘어났고 오히려 그것들로부터 제 자신을 돌아보고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어찌 되었건, 글쓰기를 한 후 좋았던 많은 순간이 있었지만.
직장에서 맞이한 일련의 사건(?)들은, 글쓰기를 한 게 잘못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그 어려운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글쓰기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려면... 작가로서 글을 계속 쓰려면... 맞이해야 하는 숙명이구나. 글은 글대로 쓰고, 욕은 먹고 싶지 않고. 좋은 것만 취하려 하기보단, 당당하게 작가로서의 삶을 견지해야겠다는 용기가 솟구쳐 오른 겁니다.
또 하나.
이제는 제가 글을 쓴다고, 책을 냈다고 떠벌리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이 모든 일은 제 입에서 비롯된 것이니, 제가 책임져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분명 그러합니다. (그러니, 직장인이라면 절대 내가 글을 쓰거나 책을 내었다고 말하지 마세요!!!)
이젠 회사에서도 제법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타 부서나 사업부에서 '혹시... 스테르담.... 작가...'라고 물어보면 저는 시치미 뚝 떼고 아니라고 합니다. 회사 내에서는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가 먼저이니까요. 제가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지만, 제가 그렇게 우겨대니 더 이상 사람들은 묻지 않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내게 일어나는 일을 찬찬히 돌아보게 해주는 기회입니다.
예전이었다면, 이러한 일을 당했을 때 아마도 이전투구로 대응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글쓰기를 한 후엔 그 원인을 저에게서 찾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에 대해선 덜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수군거림은 피상적인 것이며, 그것이 내 삶에 주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저는 '작가'라는 타이틀과 자격을 그 해프닝등을 통해 얻은 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시기와 질투는, 오히려 제가 더 잘 쓰고 있구나...'작가'라는 페르소나가 공고해지고 있구나란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러고 보니,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기와 질투를 받아본 적은 글쓰기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시기와 질투를 즐겨야겠습니다.
그것들에 대해 써야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작가'의 도리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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