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감으로 상처 난 마음을 다독이며.
'동시성'이란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에 골똘하거나 간절히 바라는 게 있으면, 그와 관련된 일을 우연처럼 만나게 된다는 건데요. 달리 말하면, 무의식의 알고리즘이 현실에 투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우연찮게도 어느 두 가수의 인터뷰 영상을 연달아 발견하였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마마무의 화사입니다. 오디션에서 예쁘지 않고 뚱뚱하단 이유로 거절을 당했을 때, 화사는 이렇게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 시대의 기준에 내가 맞지 않는다면, 내가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겠다."
또 다른 주인공은 BTS의 RM입니다.
자신보다 랩을 잘하는 사람을 보며 열등감과 허탈함을 많이 느꼈는데, 결국 그가 정한 길은 '나만의 이야기를, 나만의 목소리로 내어야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는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쓰고 있고, 앞으로도 쓸 것입니다. 그러나 무언가에 꾸준하다 보면 고독함이 몰려옵니다.
나 잘하고 있는 걸까?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쫓아갈 수 있을까?
이미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에 비해 난 너무 초라한 게 아닐까?
스쳐가는 회의감은 참 날카롭습니다.
말 그대로 스쳐가지만, 남는 상처와 아픔은 머무름의 시간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살짝 베인 듯싶지만, 온몸을 주저앉게 합니다.
아직도 머릿속엔 못다 한 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내가 다 풀어낼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제 삶의 수많은 좋고 나쁜 경험은 분명 글로 풀어내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야 제 삶이 헛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글을 쓰면서 생긴 욕심이자 목표입니다.
이러한 고뇌를 하는 동안 앞선 두 사람의 인터뷰 영상을 동시에 맞닥뜨린 겁니다.
그들에 제게 하는 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겠죠.
어느 기준에 부합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기준이 될 것.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가장 창의적으로 계속해서 써 나갈 것.
글쓰기와는 전혀 상관없던 사람이 작가로 거듭난 그때를 기억합니다.
누군가 저를 작가라고 불러서가 아니라, 글을 씀으로써 작가가 된 그때를 말입니다. 그러하므로 글쓰기를 통해 저는 새로이 거듭났고, 어느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기보단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회의감으로 상처 난 마음을 다독입니다.
주저앉았던 다리에 힘을 주어 봅니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래서 네가 하고 있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그래서 네가 쓰고 있는 장르가 무어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래와 같이 대답하려 합니다.
제 글쓰기 장르는 '스테르담'입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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