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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06. 2023

글쓰기라는 현란한 기본

나는 간절히 바라고, 더 간절히 쓴다.

기본에 충실한다는 말은 그리 어렵게 들리지 않는다.

누워서 떡먹기란 말을 떠올리며, '그건 기본이지!'라고 말한 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은 '쉬운 일', 그러니까 '당연한 것'을 전제한다. 


그렇다면 당연하다는 건 무엇일까?

무언가를 쌓아 올릴 때, 그 밑받침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매우 중요한 무엇이다. '기본'이란 말은 '터 기'자에 '밑 본'의 뜻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이치로 보아 마땅한 순서다. 쌓아 올린 탑은 위에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다. 이 세상 어디에도, 아래로부터 쌓아가지 않은 탑은 없다.


이 당연한 기본을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따라 내가 쌓는 무언가의 높이가 결정된다.

높이는 성과라고도 할 수 있고, 자기만족이나 보람이 될 수 있다. 마천루와 같은 높이를 가지면 사람들이 우러러볼 수도 있고, 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이 되기도 한다. 무언가를 쌓아 올리려는 우리네 모습은, 그러한 본성이 마음 기저에 깊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기본'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한 것처럼 들리기 때문에 쉬운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당연한 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누워서 떡 먹다가 체할 수도 있고, 무언가를 쌓아가다가 자신이 마련한 터와 초석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기술이 필요하다.

기초를 잘 닦고, 그것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차곡차곡 '잘' 쌓아가는 재주. 우리는 고도의 기술을 우러를 때 '현란하다'란 말을 쓴다. 이는 기술의 눈부심과 다채롭고 아름다움을 지칭한다. 내 기술이 현란하다고 느껴지면, 그 재주는 조금은 더 특별한 것이 되었다고 생각해도 좋은 이유다.


'기본'이란 말은 수수함이 어울리고.

'기술'이란 말은 현란함을 추구한다.


나는 이 둘의 조화가, 가장 완벽한 것이라 생각한다.

멋 내지 않은 땅에, 멋스러운 건물을 짓는다고 생각해 보면 이해가 좀 더 될까. 집을 짓는 땅은 현란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의 본질을 묵묵히 감내하며, 저 자신의 위에 올려질 현란한 무언가를 위해 내내 수수하게 존재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수수함의 노고를 떠올리면, 기술은 현란해야 하고 올라가는 건물은 보답하는 마음으로라도 실용적이고 아름다워야 한다.


내 삶에 이러한 '현란한 기본'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그 답을 글쓰기에서 찾는다. 글쓰기는 삶에 기본이 되며, 무언가를 꾸준히 쌓아갈 수 있는 기술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엔 몰랐지만, 이 과정을 포함한 쌓이고 쌓은 내 글은 말 그대로 현란하다. 몇 개의 글로는 성립되지 않은 것들이, 가차 없이 쌓아 놓은 글들로 인해 그것은 마천루와 같이 우뚝 솟은 어느 하나의 의미가 된다.


글쓰기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재주가 있다.

글을 쓰는 내 생각과 관점이 바뀐 이유다.


기본이란 것이 쉬운 것이 아님을.

쉽지 않으므로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야 함을.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기 위해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글을 쓰며 오늘도 난 수수함과 현란함 사이를 오간다.

그러는 사이, 내가 바라는 어느 곳으로 내 글은 쌓여갈 것이다.


그것의 높이에 나는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 위에 또 하나를 쌓을 뿐. 


하나 아래의 것은 수수한 기본이 되길. 

하나 위의 것은 현란한 기술이 되길.


그리하여, '현란한 기본'으로 성립이 되길.

나는 간절히 바라고, 더 간절히 쓴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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