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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Mar 05. 2023

왜 쓰냐고 물으신다면

살아있으니까요


     

아이가 처음 태어날 때의 상태는 어떨까?   

   

내가 어렸을 때의 기억이 없고,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답답한데 전문가들의 여러 기록을 미루어볼 때 아이가 처음 태어날 때는 세상과 내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와 너라는 분리가 없이 모든 것이 하나라는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타자에 대한 인식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 세계가 어떤지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와 너로 분리되기 이전의 원시적 상태가 아닌 분리된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기표현은 당연한 욕구     

 

심리학에서 대상관계라는 말이 있다. 어릴 때의 나의 대상 즉 타자와의 관계는 한 개인의 삶에 평생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 즉 대부분 어머니이겠지만 아버지, 유모, 할머니등 가장 친밀하게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과 양육을 받는 아이의 밀착이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아이의 정서가 안정되기도 하고 불안정해지기도 한다. 대상을 통해 나를 인식하게 된다. 대상이 안정되지 않으면 그를 통하여 투영되는 나 역시 안정되지 않는다.    

  

자라면서 아이는 많은 사람, 동물, 사물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즉 너를 통해 나를 확인한다. 너에게 내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 나를 알리고 싶어 한다. 나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너의 반응을 듣고 나를 확인한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하려고 한다. 혹 무인도이든 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인간은 소리를 내지도, 표현을 하지도 않겠지만 끊임없이 관계 속에 있기에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조차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자기 나름의 표현방식이 있다. 좋으면 꼬리를 흔든다든지, 사람 옆에 와서 자꾸 자기 얼굴을 비빈다든지, 특유의 야옹 소리를 다양한 억양으로 표출한다든지, 몸의 자세로 긴장감을 표현한다든지, 혹은 아주 중요하게 그 동그란 눈으로 온갖 감정을 다 드러낸다. 기분이 좋으면 온 사방을 질주하며 달음박질치면서 자신의 기분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다 병이 들거나 극단적으로 죽거나 하면 더 이상 이런 표현을 하지 않는다. 살아 있으나 아무 말을 않거나 아무 표현이 없다는 건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암시한다.      



글쓰기는 살아있는 자의 당연한 욕구       

 

다른 동물에 비해 이성이 발달하고 언어능력이 있는 인간은 말과 글로 자기를 표현한다. 오래전부터 아주 복잡한 사고체계를 글로 표현한 인간의 자취는 사라지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전승되고 있다. 말을 저지당할 때, 혹은 다른 표현방식이 더 적합할 때는 다른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수많은 음악인들의 음악작품, 화가의 그림, 조각가의 조각, 공간, 그리고 몸으로 빚어내는 춤등 자기표현 방식은 다양하다.  

     

 하필, 글쓰기를 하게 된 나는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자기표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 표현하는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너를 통해 나를 확인하고 싶은 갈망이다. 메아리가 없다면 글을 쓰는 이유도 없을 것이다. 메아리는 타자에게서 들려오기도 하지만, 스스로 안에서 들려오기도 한다. 여하튼, 글은 밖으로 나가서 다른 울림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고 보면 글은 나를 확인하는 도구이다.  

    

사는 게 쉬웠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 같다. 아파서, 답답해서, 외로워서 시작하게 되었다. 왜 아팠을까? 왜 외로웠을까? 왜 답답했을까? 내가 누군지 알 수 없었고, 내 소리를 낼 수 없었고, 과녁을 벗어나는 모든 몸짓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조금씩 나를 만나며 이상한 해방감을 느꼈다. 용기가 필요했지만 겉돌기보다 나를 제대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글을 읽고 반응하는 너의 소리를 들으며 반가웠다. 또 다른 내가 있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랬다. 진짜 사는 것 같은 순간들을 경험했다. 

      

글은 왜 쓰는가?  빙 돌아온 것 같지만 결국 이 자리다. 그냥 살아 있기 때문에 쓴다. 살아 있다는 건 나로 살아 있다는 것이며 나로 살아 있기에 내 말을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살아 있는 한 쓸 것이다. 쓰지 않는 다면 그 순간에 나는 죽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은 그래서 나이다. 


왜 쓰냐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살아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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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주제는 <글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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