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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Feb 28. 2023

우리 엄마의 잔소리가 두꺼워졌다

엄마의 잔소리가 두꺼워졌다. 그냥 내뱉는 말이 아니라 70년 경험과 인생담을 엮어 자신의 생각을 벽돌로 두르고 두르다 못해 망치로 내리쳐도 깨지지 않을 만큼 견고해진 의견을 실은 잔소리. 내가 아무리 이의를 제기해도 절대 바뀌지 않는 엄마의 생각들. 그런 말은 이렇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살아봐서 아는데."

"엄마니까 이런 말도 해줄 수 있는 거야. 남이면 못해."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지만 우리 엄마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이었는데 내가 못 알아챘을까? 생각해 보면 잔소리의 대부분은 아이를 키우는 문제나 건강에 관련된 이야기다. 그러니까 내가 젊었을 때는 대학생활이나 연애에 대해서는 해줄 말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또한 내가 잘한다 생각했을 테니. (연애는 진짜 열심히 했고, 대학 생활은 주로 집에 안 들어가서 잘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 추측 중)


가끔은 그런 두꺼운 잔소리들이 나에게 상처를 남긴다. 세상의 많은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머릿속으로 그려놓은 자식의 모습이 바람과 달라 황당할 때가 많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생각이 있고 상황이 다른데 무조건 엄마의 기준을 들이밀 때는 화가 날 때도 있다.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엄마를 만나고 오면 문제로 변신한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여러 번 다짐했다. 엄마 같이 되지 말아야지. 고집 세지지 말아야지. 열린 사고를 해야지. 


그런데 잠깐. 열린 사고는 어떻게 하는 거지? 가만 생각해 보았다. 다른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무시하지 말며 나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태도를 우리 엄마에게도 적용해야 하는 게 아닐까? 무조건 듣기 싫다고 고개를 저을 게 아니라 잔소리 이면에 숨은 의도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건 아닐는지. 대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던 이야기들에 대하여.  


이를 테면 첫째 손녀의 걸음걸이가 마땅치 않으니 허리를 더 세우고 걷게 하고 둘째 손녀의 쭈뼛쭈뼛한 말투가 싫으니 좀 더 큰 소리로 똑똑하게 말했으면 좋겠다는 엄마. 한국과 영국 사이 멀리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어떻게 이들을 사랑해야 할지 몰라 표출된 관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참 후에 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여러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는 내 생각을 키워 왔다. 한편으론 그 역시 두터운 벽돌로 나의 세계관을 쌓아 올린 것이다. 그런 중에 의견이 생기고 관점이 생겨났으며 나와 다른 시선을 가진 자들에게는 글로, 말로, 직접적으로, 간적접으로 당신의 생각에 찬성 혹은 반대한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엄마의 고집이 세지고 잔소리가 견고해짐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걸 강요하며 조금이라도 여지를 두지 않고 사방을 막아버린 게 싫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한 면 정도는 열어놔야 한다. 다른 이들의 의견에 "무조건 반사"를 외치기보다는 한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그게 엄마의 잔소리일지라도. 엄마 말을 경청하는 게 엄마 같이 되지 않는 길이라니, 삶은 언제나 아이러니하다.  




글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이번 달에는 순차적으로 앞선 작가님이 지정한 문장을 포함하여 글을 이어가는 글쓰기 릴레이를 진행 중입니다. 제가 받은 문장은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이번 글이 릴레이의 마지막인 관계로 전달할 문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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