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May 17. 2016

직장 생활을 해가며 깨달아가는 것들

어쩌면 그렇게 인생을 배워가는지도 모르겠다.

발가벗겨진 느낌. 그리고 그 몸뚱이를 가지고 어느 무대에 올라선 것 같다. 오롯이 혼자 있을 시간 따윈 없다. 벗겨진 몸뚱이 옆으로 다른 몸뚱이가 보인다. 그 몸뚱이들끼리 아웅다웅하며 살아간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영향 받고, 때로는 감시를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위로를 나눈다.


바로, 직장생활이다.


한 시, 한 순간이라도 긴장을 놓을 겨를이 없다. 숫자나 성과가 좋지 않으면 나 하나 잘해도 모든 분위기가 어둡다. 위로도 줄줄이 있는 같은 입장의 월급쟁이들은 아래 월급쟁이들을 더욱더 못 살게 군다. 그게 이치다. 그래야 직장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시'라는 말은 막강하다. '지시'를 받아 '지시'하는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만, 그 '지시'를 잘 받아들여, 또다시 잘 전달하고 대응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런 고민 없이 전달하는 '지시'는 지옥을 만든다.


여기, 직장 생활을 해가며 깨닫고 있는 것을 정리해봤다. '깨닫고 있는 것'이란 말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끝난 게 아니므로. 현재 진행형이므로. 그리고 앞으로도 깨닫게 될 것들이 많을 것이므로.


1.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칭찬받길 원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에 집착한다.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르다. 한 번 해보고 포기하거나, 아니면 끝까지 해보는 그 정도. 하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어느 한 사람, 또는 몇몇에게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 없다. 아니, 그럴 여유가 없다. 한 명이라도 나를 인정해줄 사람. 아니, 아무도 없다면 스스로라도 자신을 인정하고 일으켜 세워야 한다. 물론, 최선을 다하고 소신이 있어야 한다. 나에게 만족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실력도 는다. 재밌는 건, 그러한 사람들이 나와 얼마나 있을 것 같은가? 길어야 1~2년인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는 것은 인정하되, 만족시키려 노력은 해보는 것이 좋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보자. 스스로의 소신에 부끄러움이 없을 만큼.


2.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순 없다. 반대로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이유도 없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각양각색의 모습을 숨기고 '업무'라는 것을 같이 하는 사람들. 그 속에 감춰진 그 '각양각색'은 '업무'를 하는 동안 어떻게든 송곳과 같이 삐져나오게 되어있다. 말 그대로 그 '각양각색'이 항상 일치 할리가 없다.


사이가 좋으면 안 될 일도 되고, 사이가 안 좋으면 될 일도 안된다. 웃기는 일이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이다. 일을 하다 보면, 살아가다 보면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순 없다. 아니, 나랑 안 맞는 사람 꼭 튀어나온다. 이유 없이 싫은 경우도 많다. 학교나 동호회라면 안 보면 그만인데. 직장은 그럴 수가 없다. 업무랑 엮이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그럼에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는 건. 반대로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받아들이면 편해진다. 사람보다 업무에 좀 더 집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더불어, 감정이 아닌 감성으로 일하는 것을 체득해야 한다. 싫어하는 사람까지도 홀릴 수 있는.


3.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다.


오랜만에 박진영이 노래를 냈다. 가사가 그렇다. '강한 자가 오래가는 게 아냐, 오래가는 자가 강한 거야'. 사실, 이와 같은 말은 직장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말이다. 모든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한 번쯤은 이야기한 말이다. 역설에 역설을 거듭하는 이 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논리 따윈 없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판명'되는 것이다. 직장은 '결론적으로 결론적인 사회'다. 과정은 무색하되, 결론과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은 평가된다. 그러니 살아남자.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것들이 우리를 강하게 할 것이다.


4. 상사나 선배도 월급쟁이다.


상사나 선배에게 거대한 것을 기대하지 말자. 그들이 우리를 책임져 줄 것이라는 생각은 애당초 하지 말자. 같은 월급쟁이다. 월급의 액수가 다를 뿐이다.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크기도 다르지만, 모든 결정은 월급쟁이 마인드에서 나온다. 다만, 우리는 그 사람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들이 우리보다 더 가지고 있는 '권한과 책임'을 우리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상사 관리'다. 책임져 달라고 하지 말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그들의 입을 통해서 나오게 하면 된다. 중간보고를 통해, 또는 면담을 통해 필요하다면 아부를 해서라도 나의 의견에 동조하게 하고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 월급 더 많이 받는 그들을 나를 위해 일을 하게 하자. 한 가지 잊지 말 것은. 우리는 이미 우리 후배나 부하 사원으로부터 '상사 관리'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산적이고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받아들이자.


5. 운칠복삼


임원분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선 항상 묻는다. 임원이 되신 비결이 뭐냐고. 그냥 거기 있었다고 한다. 특별히 뭔가를 했다기보다는 흐름을 탔거나 운이 좋았다고 한다. 아예 '운칠기삼'이 아닌 '운칠복삼'이라고 자백한다. 어떻게 보면 매우 겸손한 발언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나는 잘났기에 운까지 좋다는 자신감에 찬 발언으로 들린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정말 그렇다. 될 사람은 되고 안될 사람은 안된다. 다만, 정해진 것은 없다. 잘되던 사람도 안될 수도 있고, 안되던 사람이 피는 경우도 있다. 결국, '운'과 '복'도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운도 기회도, 복도 스스로에게 준비된 사람들에게 오기 마련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살아남으면 그러한 것들을 얻을 확률이 더 높다.


6. 나 하나 잘된다고 좋은 게 아니다.


다 잘되어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나 하나 잘 나갈 때가 분명 있다. 이러한 경우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주위가 어려울 때 혼자 잘 나가는 건 한국인의 미덕에 부합되지 않는다. 다 잘되는데 내가 더 잘되면 그게 금상첨화다. 남들 안되는데 나 하나 잘 되는 건 눈에 띌 수밖에 없지만 많은 적을 양산해낼 수 있는 위험한 기회다. 모두가 좋을 때 한 걸음 더 나아가 잘 나가는 걸 어필하는 것이 좋다. 남들 안될 때 내가 잘 나가는 건 가만히 있어도 알아줄 사람은 알아준다. 그러니 분위기 봐가면서 어필하자. 그리고 나 말고 주위도 모두 잘 되도록 빌고 또 빌자.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서로 협업하며 나아가는 것이 좋다.


7. 회사는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회사를 위해 존재하지 않듯이.


월급을 받다 보면 무뎌진다. 마치 이러한 생활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다. 꼭 회사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회사를 위해 무언가를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회사의 존재 목적은 성장하고 이윤을 남기고 또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

는 회사의 입장에서 수단이다. 그리고 투자다. 동시에 소모품일 수도 있다. 소모품이란 말이 거북하다면, 소모인(人)이라 하겠다. 부속품 같다고 좌절하지 말자. 부속품 맞다. 다만, 우리 또한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덜 비참하다. 실제로도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수단이다. 회사를 최대한 활용하자. 월급 받으면서 배운다고 생각해보자. 각자 살 길을 위해 상생한다고 생각하되 서로를 존재의 목적, 즉 최후의 목적으로 삼지 말자. 오히려 그래야 더 서로 잘 된다.


8. 조급하면 지는 거다.


만고의 진리다. 나보다 잘 나가는 동료. 우리보다 좋아 보이는 옆 부서. 편해 보이는 다른 사업본부. 나보다 연봉이 높아 보이는 다른 회사. 다른 직군. '비교'는 현재 우리 삶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더불어 '조급함'을 갖게 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조급하면 일을 그르친다. 현재에 대한 행복도 없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나를 우겨넣지 말자. 다른 사람의 흐름에 나를 물들이지 말자. 물론, 내 목소리는 내고 내 성과는 어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는 겸허히 기다리고 또 받아들이자.


9. 조금 늦어도 괜찮다. 오히려 빨리 가는 게 불안하다.


시대가 변했다. 예전엔 초고속 승진이 미래를 보장했다. 하지만 요즘은 초고속 승진의 케이스가 많이 없다. 없을뿐더러 오히려 빨리 올라가면 불안한 시대다. 성장 정체의 시기. 길고 얇게 갈 것인가, 짧고 굵게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 길게 그리고 때로는 얇게, 때로는 굵게 가는 것이 가장 좋다. 세상만사 극단적으로 볼 필요 없다. 하이브리드의 시대다. 적절히 섞으면 된다. 요즘엔 오히려 빨리 가는 게 더 불안하다. 하지만 명심하자. 길게 가려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10. 이미지가 중요하다. 스스로에 대한 마케팅이다.


호감이나 비호감은 알게 모르게 직장생활에서 아주 큰 영향일 미친다. 이미지일 수도 있겠다. 평소 이미지가 좋은 사람은 실수를 해도, "저럴 사람이 아닌데 뭔가 이유가 있나 보다."라고 평가받는다. 반대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사람이 실수를 하면, "내 저럴 줄 알았어. 네가 그렇지 뭐."라는 소리 듣기 딱 좋다. 이미지는 매 순간마다 결정지어진다. 질문에 대답할 때, 지시받은 일을 수행할 때, 사람들과 대화할 때 등. 그래서 직장은 발가벗겨진 기분이라는 거다. 매 순간을 평가받는 기분. 하지만 오히려 이를 잘 활용하면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된다. 한 번 잘 박힌 이미지는 긍정적인 것들을 양산해낸다. 반대의 경우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결국, 사람들이 모인 곳.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곳. 서로와 경쟁하기도, 또 힘이 되어주기도 하는 그곳. 누구 하나 원해서 이루어지는 만남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가족보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운명의 장난.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깨달음이 생겨나는 이 곳은 바로 직장이다. 머리에 반짝 떠오른 것만 해도 이와 같은데 맘먹고 늘어놓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인생을 배워가는지도 모르겠다.




[글쓰기 강의 + 함께 쓰고 출판하기]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쓰기+출간)


[글쓰기 시작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탈잉 글쓰기 클래스(VOD)

탈잉 글쓰기 클래스(오프라인/줌라이브)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에듀 캐스트 직장내공 강의 (VOD)


[종합 정보 모음]

스테르담 저서 모음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아생연후(我生然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