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생각의 감옥일까. 아니면, 생각의 확장일까.
LA에 간다고 할 땐 발음을 조심해야 한다.
"이번 가족여행은 '엘에이'에 갈 거야."라고 말하니 아이들이, "아빠 '엘레이'에 간다는 거죠?"라고 되물었다. 아이들은 나보다 영어를 잘한다. 나는 어렸을 적 어학연수 한번 가보지 못한 국내파(?)라 달달 외운 영어지만, 아이들은 내 주재생활과 함께 국제학교를 다닌 터라 툭 치면 탁 하고 나오는 영어다. 아이들이 재차 확인을 하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내 발음을 교정하려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어에 대한 내 자격지심이 발동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이 영어로 너희들 잘 먹여 살리고 있거든...)
이곳 멕시코에서 LA를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번엔 티후아나 공항을 통해 가는 방법을 택했다.
멕시코 국내선인 티후아나 공항에 도착하여 걸어서 국경을 넘고, 렌터카로 LA에 가는 것이다. LA로 가는 길엔 샌디에이고 해변이 있다. 이름은 'La Jolla'... 처음에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다다보니 스페인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발음은 '라 호이야'다. 그러고 보니 'San Diego'도 영어 발음으로는 '샌디에이고'이지만, 'Diego'라는 친숙한 멕시코 이름이 보인다. 차를 타고 LA를 향해 가는 해변과 지역 대부분의 이름 또한 스페인어였는데, 내가 미국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인지 멕시코 영토를 지나고 있는 것인지가 헷갈릴 정도였다.
압권은 LA였다.
'Los Angeles'... 라. 'Los'라는 말은 복수 단어 앞에 붙는 '관사'다. 예를 들어 'Los dos'라고 말하면, '너희 둘' 또는 '그거 두 개'란 말이다. 그렇다면 'Los Agneles'는 쉽다. '천사들'이란 뜻이다. 스페인어를 알게 된 내게, 그러니까 그것은 내게 또 하나의 이름으로 발음이 되기 시작했다.
첫째, 엘에이
둘째, 엘레이
셋째,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또 하나. (스페인어를 알게 된 이후 보이는...)
'로스 앙헬레스'
그러네, LA는 '로스 앙헬레스'였네!
18세기 LA는 스페인령이었다.
그곳의 Full Name은, 'El Pueblo de Nuestra Señora la Reina de los Ángeles del Río de Porciúncula'였는데 우리말로 하면 '포르진쿨라 강의 성모 천사 마을'이란 뜻이다. 이것을 부르기 위해, 지금의 'Los Angeles'가 되었고 이것을 더 줄이면 'LA'가 되는 것이다.
스페인어를 알게 되니 보이는 것들이 참 많다.
LA의 큰 마트를 가면 영어와 스페인어가 병기되어 있고,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이 즐비한 워크 오프 페임 거리를 지나면 이곳이 미국인지 중남미인지 헷갈릴 정도로 라틴 노점상과 음악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로스 앤젤레스'라고 부를 땐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로스 앙헬레스'라고 말하니 새롭게 보고 느끼는 것들이 많아진 것이다.
Los Angeles가 스페인어였다니.
언어는 생각의 감옥일까. 아니면, 생각의 확장일까.
그간 갇혀 있던 좁았던 지식의 영역이 조금은 더 넓어지는 느낌이다.
반대로, 알지 못하고 갇혀 있는 세월을 돌아보면 그 시간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제라도 알면 되지 않을까.
모르고 살아도 큰 문제없지만, 알면 더 재밌는 이 탐험을 나는 좀 더 해보려 한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과 확장의 경험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며.
[종합 정보]
[소통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