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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07. 2023

글쓰기로 증명해야 하는 것

그러하므로 나는 존재하고 있구나.

글을 쓴다.

왜 쓸까. 모르겠다. 그저 써야 한다는 본능과 욕구가, 넘쳐 오르는 컵의 물처럼 솟구치기에 그렇다고 해야 하겠다. 직업적인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먹고사는 것과 관련이 없으므로 그러한 글쓰기의 이유를 더 반문해야 한다. 그 반문이 삶을 달리 보는 계기가 될 것이며, 그 순간이 글쓰기의 시작이라는 걸 알아챌 테니 말이다.


묻지 않는 삶을 살고, 다른 이의 답만을 좇다 돌아본 내 삶은 안쓰럽다.

이러한 몰골로 살아왔다는 것을 몰랐다는 자괴감과 자기 연민은,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고 싶어 한다. 아마도, 어찌 달랠까 방법을 모색하다 발견한 것이 글쓰기가 아닐까란 합리적 추측을 해본다. 사실, 글쓰기는 그리 합리적인 선택과 결과가 아니다. 써 본 적도, 배워보지도 않은 글쓰기를 갑자기 왜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진정 원하는 일들은, 합리성을 초월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마음이 원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이성과 합리는 아무것도 아닌 때가 분명 있다. 모두가 반대하는 사랑을 하거나, 다이어트가 시급할 때에도 어느샌가 손에 도넛을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걸 어떤 합리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합리성은 무언가를 증명하는데 충분한 논리가 되지 못한다.

아니, 논리를 만들어 내려 합리성을 내세우려는 지도 모른다. 논리와 합리성을 벗어난 범주에 있는 걸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둘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들을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그 속내를 내어 놓아봐야 한다.

내어지지 않으면, 그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한다. 나도 모르는 내 속의 것들을 끄집어내고, 또는 우주와 같은 드넓은 마음속으로 유영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껏 내가 발견한 방법 중, 이것에 가장 특화된 방법은 바로 '글쓰기'다. 그리하여 이처럼 나는 글쓰기를 멈출 수가 없고, 글쓰기의 본질에 대해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누군가 나에게 그것을 일러 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글쓰기를 멈출 요량이 있다. 그러나 찾지 못했다면, 글쓰기 이상으로 합리적이지 못한 것을 증명하고 입증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우리는 글쓰기를 멈출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나 자신을 더 탐구하도록 끊임없이 써 나가야 한다. 


삶은, 매 순간을 증명해 내야 하는 고달픈 여정이다.

그것은 어떤 논리나 합리성으로도 설명될 수가 없다. 우리가 숨 쉬는 이유는 매 순간을 삶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고, 이 숨이 주어진 이유를 알지 못하기에 삶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 복잡 다단한 순간들을 한데 엮어 증명해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본연의 모습이며 나는 그것을 '존재'라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는 한 시라도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려 애쓰고 있다. 반대로 말해볼까? 자신이라는 존재가 사라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죽음이 두려운 건,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이 아니라 죽은 뒤 나는 무엇이 되느냐라는 것이며 존재의 유무에 따른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처절한 공포다.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많은 방법들이 있다. 소비하거나, 갈등하거나, 먹어대거나, 마셔대거나, 피워대거나. 그것들 사이에서 서성이는 비합리적인 마음들은 결국 '존재의 증명'과 연루되어 있는 것이다.


고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자아라는 스스로의 존재이며.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그 합리적이지 못한 것을 미루어라도 증명해 낼 수 있는 건 바로 글쓰기라는 결론이다.


그 외 다른 방법을 나는 찾지 못했다.

아니, 가장 비합리적이지만 합리적인 수단을 찾았다고 해야 함이 옳겠다.


나는 존재하는가.

나는 쓰고 있는가.


하나의 물음이, 글을 쓰기 시작한 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 그래.

그러하므로 나는 존재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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