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는 위대한 조각가, 건축가, 화가 그리고 시인이었다.
미켈란젤로 하면 단연코 <천지창조>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시스티나 성당에 그림을 그리게 된 건 질 투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켈란젤로가 교황의 묘 공사에 위촉되었다는 사실에 분개한 브라만테가 미켈란 젤로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생소한 과제를 주도록 교황을 설득하였는데, 그것이 천장화였다.
미켈란젤로에게 천장화 작업은 위기나 다름없었다.
그의 주전공은 조 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4년을 꼬박 누워 500평방 미터의 천장을 채우고, 300명 이상의 인물을 그려냈다. 이로 인해 관절염과 근육 경련 그리고 떨어지는 물감으로 인해 눈병을 얻었지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낸 미켈란젤로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천재라고 하지만 조각가로서 그림을 그려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천재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미켈란젤로의 말은 한순간의 요행과 변화를 바라는 우리로 하여금 겸손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고 자신을 믿었다. 천재가 한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뻔하고 당연한 말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가 평범함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을 때 나는 다시금 그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능력. 특별함은 평범함 속에 있다는 관점의 변화와 그 힘을 나는 보았다. 무언가 대단한 걸 숨기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천재의 당연한 말에서, 나는 내 평범함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속에 숨겨진 특별함을 찾아내자고 다짐했다. 너무나 평범하고, 큰 일을 해낼 힘과 자격이 없다고 치부하며 깎아내리던 나에 게 있어, 평범함을 특별하게 보려는 관점의 변화는 삶의 혁명과도 같았다.
이 다짐은 생산자의 비밀을 알아내고 실천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었다.
그렇다면 내 삶의 방해꾼, 브라만테는 누구이고 또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부족하여 또는 무엇의 방해로, 무어 라도 이루기는커녕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무기력에 빠져들게 된 걸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가 낸 결론은 다음의 다섯 가지였다.
첫째, 시간
둘째, 열정
셋째, 욕구·욕망
넷째, 감정
다섯째, 자아
이것들은 항상 내 발목을 잡아왔다.
생산자의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아니, 오히려 소모자와 소비자의 악순환으로 접어들게 하는 친절한(?) 방해꾼들이었다. 시간은 언제나 모자랐고 열정은 금세 식어버리곤 했다. 욕구와 욕망을 따라 나는 방황했고, 감정에 휘둘려 일을 그르치기 일쑤였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라는 자아 가 무얼 잘하는지도 모른 채 수십 년을 살아왔다.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를 보고 나는 오기가 생겼다. 브라만테의 방해를 전화위복으로 삼은 그의 모습을 따라 하고 싶었다. 나를 방해하는 것들을 그처럼 멋지게 이겨내고 싶었다.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방해꾼들을 나의 에너지로
“잘 싸우는 자는 노하지 않고, 잘 이기는 자는 잘 싸우지 않는다.”
노자의 격언을 보며 내 머리의 한 곳에 빛이 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미켈란젤로도 브라만테와 대립하거나 싸우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나를 방해하는 다섯 가지 방해꾼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노자의 격언대로 싸우지 않으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관점을 바꾸어보기로 했다. ‘나를 방해하던 것들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어떤 답이 있지 않을까?’, ‘그것을 찾아내면 나를 방해하던 것들이 오히려 나를 돕는 무엇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무언가를 위한 시간이 충분하다면? 열정이 식지 않고 쭈욱 이어진다면? 욕구와 욕망의 유혹에 쉽게 빠져 들지 않는다면? 감정에 욱하여 일을 그르치지 않는다면? 나 자신을 잘 알아가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를 알게 된다면? 방해꾼들의 멱살을 잡고 싸워 이기려던 분기탱천함은 어느새 가슴을 울리는 설렘으로 변했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싸울 필요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나를 방해하던 그것들과 공생하며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이것들이 미끄러운 나무를 오르게 하고, 엔트로피를 줄여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안내하는 에너지가 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러한 내 생각은 적중했다. 다섯 가 지 에너지가 해내는 힘으로 변모하여, 생산자의 삶을 지속하게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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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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