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Aug 12. 2023

[서문] 마음이 가난하면 벌어지는 일

아들에게 보내는 부자 편지

정확히 20년 전이었단다.

당시 아빠는 신입사원이었어. 앞뒤 재지 않고 무엇이라도 열심히 배워야 했던 때지. 그러다 어느 날 갑작스레 고객 클레임이 들어왔다며 신입사원이 나가서 해결해 보라는 지시를 받게 되었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빠는 두렵고 무서웠던 기억이 나.


그럼에도 신입사원으로서 이번 일을 잘 해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도착한 현장.

한 어머니께서 잔뜩 화난 모습을 하고는 팔짱을 끼고 서 계셨어.


"그쪽이 회사 관계자분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우선 사과드립니다. 어떤 불편함이 있었나요."
"아니, 우리가 가난하다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쓰던 제품을 저희 아이에게 줄 수가 있죠? 이거 경찰에 신고해도 되죠?"
"아, 그러셨어요.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제품을 확인해 보고 이유를 파악해 볼게요. 제품이 어디 있죠?"


당시 아빠 회사에서는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PC를 보급해 주는 정부 사업을 하고 있었어.

좋은 뜻으로 진행한 사업이라, 이러한 고객 클레임은 신입사원인 아빠가 생각해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지. 아빠는 최선을 다해 문제를 수습하고, 그저 간절히 어머니의 화가 누그러지기만을 바랐어. 정말로 미안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아빠가 제품을 확인했을 때, 아빠는 이를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단다. 제품에 보호 필름이 붙어 있었는데, 보호 필름이 조금 들뜬 걸 보시고는 어머니는 그 제품이 누군가 썼던 거라고 생각하신 거야.


어머니 앞에서 보호 필름을 조심스레 뗐어.

정말로 조심스럽게. 그리고는 이 제품은 새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지. 당황한 어머니는 어쩔 줄 몰라하셨어. 그리곤 갑자기 과일과 차를 준비하여 오셨던 기억이 나. 사과를 하시려던 걸 다급히 말렸어. 충분히 그러실 수 있다고. 괜찮다고 말이지.


얘들아.

'가난'은 심각한 문제일까?


아빠는 그렇다고 봐.

왜냐고?


가난은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거든.


이건 아빠가 직접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잘 알아.

그저 머리로 알고 있는 상대적인 가난 말고. 먹고사는 것에 대한 공포와 사는 곳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아빠는 직접 겪어 봤어. 그 기억은 트라우마와도 같아서,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자산이 불어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난에 대한 두려움은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어.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단다.

온라인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던 글이지. 작성자는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1년 간 했대. 그가 맡은 지역은 공교롭게도 엄청 못 사는 재개발 예정지역이랑, 고급 아파트 단지 쪽이었어. 못 사는 동네에 배달을 가면 사람들이 배달하는 그를 무시하고, 반말 찍찍하고, 왜 이렇게 늦게 오냐며 생트집을 잡더래. 그런데, 고급 아파트 쪽으로 배달을 가면 대부분 존댓말을 써 주고, 빈말이라도 고생한다는 말을 건네었다는 거야. 아이들도 마찬가지. 가난한 쪽 아이들은 피자만 받으면 휙 들어가는데, 부자 동네 아이들은 감사합니다란 말과 함께 허리 숙여 인사를 하더래.


작성자가 남긴 질문이 인상적이었어.


(부자 동네 쪽 사람들은)

여유가 있어서 부자가 된 걸까.

부자가 되어서 여유가 있는 걸까.


아빠의 경험과 피자 배달 작성자의 경험이, 마음이 가난하면 벌어지는 일에 대한 묘한 공통점을 말하고 있어.


물론, 자존감이 100% 돈과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니야.

그러나 단언컨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선 60% 이상은 연관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단다. 시대도 가난하고 나도 가난한 시대엔 마음만은 풍요롭다는 게 통했지만, 시대가 가난하지 않은 지금엔 자칫하면 마음마저 가난해질 가능성이 더 커졌어.


행복과 자존감은 돈 그리고 소득과는 별개라고?

아래 유머와 철학이 섞인 근사한 문장을 봐. 너희가 웃으며 이 글을 볼 수 있는 것도 기본적인 먹고사니즘이 해결되었기에 가능한 거야.

출처: 온라인 유머 게시판





아빠는 너희의 자존감이 높아지기를 바란다.

자존감은 말 그대로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야. 이 마음은 내가 얼마나 사회적 역할을 잘 해내느냐, 그로 인해 자본주의에서 치환되는 돈과 자산을 얼마나 잘 모으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는 좌우될 거야. 자존감과 행복의 곡선이 돈과 소득에 따라 무한정 비례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까지... 그러니까 기본적인 수준까지는 꼭 도달해야 하니까. 아빠가 늘 강조하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를 기억할 거야. 사람은 먹고사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자아실현의 기회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단다.


앞서 피자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람의 질문을 다시 인용해 볼게.


(부자들은)

자존감이 높아 부자가 된 걸까.

부자가 되어 자존감이 높아진 걸까.


이에 대한 답은, 아빠의 편지를 읽으며 너희 스스로 찾아가길 바란다.


부자가 되어야 한다.

최소한 마음이 가난해지지는 말아야 하고. 너희의 자존감은 너희가 지켜내야 해.


진심과 간절함을 담아 이 편지를 너희에게 쓰는 이유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