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타임머신
이번 생엔 글렀어
인생 N회차
이 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후회'란 절대적 기제가 깔려 있다는 것이란다. 타임머신, 타임슬립 영화의 핵심 주제는 '후회'야. 그래서 큰 위험이나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주인공들은 기어이 다른 시간대로 여행을 하곤 하지. '이번 생'과 '인생 N회차' 또한 마찬가지란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에도 알았더라면, 하루라도 먼저 시작했다면... 이란 후회의 마음이 한가득해.
돈과 연결시켜보면 더 명확해질 거야.
타임머신을 타고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 로또 1등 번호를 알게 된다면? 인생 N회차를 거듭하며, 포레스트검프와 함께 애플 주식에 전재산을 올인했다면? 아마도, 이번 생은 글렀다는 말은 나오지 않겠지.
알게 모르게 우리는 '젊을 때로 돌아가고 싶나요?'란 질문을 많이 하게 되고, 또 받게 돼.
그래서 아빠도 젊을 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아니. 절대 그렇지 않아.
기대수명이 짧던 시대의 최대 가치는 '젊음'이었어.
우리나라 기대 수명은 1960년 약 54세, 1970년 59세, 1980년대엔 약 64세, 1990년은 약 71세였어. 요즘엔 어떨까? 100세 시대란 말은 이미 흔해졌고, 운 없으면(?) 120세까지 산다는 말까지 생겼어. 아빠는 왜 60 ~ 90년대 기대 수명을 언급했을까? 바로,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을 괄목할 정도로 이룬 시기였기 때문이야. 해당 기간 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약 9%였어. 요즘엔 3%를 넘느냐 마느냐, 또는 실질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시대야.
경제 성장이 가팔랐던 시대는 말 그대로 '성장의 시대', '열매를 따먹는' 시대였어.
그런데 기대 수명이 짧았으니 빨리 졸업하고, 빨리 결혼하고, 빨리 돈 벌고, 빨리 은퇴하는 게 관건이었어. (지금도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대부분의 사람들 집단 무의식 속에 남아 있어. 기성세대가 빠르고 안정적인 길을 선호하는 이유이고, 그러한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세대와 갈등을 일으키는 주 요인이지.) 1997년까지 법적 은퇴 나이는 55세였는데, 생각해 볼까? 죽도록 일하고 은퇴를 했는데, 살 날이 별로 없는 거야. 손주를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도 많았지. 그러니, 돈을 손에 넣은 사람들의 최대 바람은 바로 '젊음'이었던 거지.
그런데 아빠는 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느냐고?
지금이 좋기 때문이란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지금 말이란다. 너희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지금이 좋아서야. 젊었을 때 아빠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 혼자 우리 남매를 키우시느라 너무나도 가난했거든. 아빠의 어린 시절, 대기업 임원이셨던 아버지의 죽음은 곧 경제적 몰락을 의미했고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은 현실이 되어 3년 후에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으셨던 어머니를 부르는 호칭이 사모님에서 식당 아주머니로 변했단다.
아빠는 그래서 지독히도 가난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가난을 통해 배운 건 물론 많지만, 그건 한 번으로 족해. 더더군다나 지금은 기대수명도 늘어났고, 스스로를 아빠는 여전히 젊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으니까.
가난에서 벗어나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그 경험을 너희에게 나눠 주고 싶은 거야.
돈과 경제, 인문학에 관해서. 그러니까 삶의 지혜에 있어선 '타임머신'을 너희에게 선사하고 싶어. 후회가 줄어들 수 있도록, 굳이 여러 생을 살지 않고 이번 생에 최선을 다해 즐길 수 있는 삶을 위해 말이야.
젊을 때를 후회하라고 한다면
젊을 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분명 후회하고 있는 것들은 많아.
젊을 때를 후회하라고 한다면 다음의 것들을 말해야 할 거야.
아버지의 부재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따르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돈 공부의 결여'였어.
이건, 정말 대학생 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야. 가난해도, 마음만은 부자면 될 거란 막연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 덕분에 가난해도,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던 기억이 나는데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해야 했던 대학 중반 이후엔 가난이 부끄러워지고 불편해졌어. 남들 다 가는 어학연수 한 번 가보지 못했을 때, 직장을 고르는 기준을 알지 못했을 때, 입사 면접에 입고 가야 할 정장 살 돈이 없었을 때.
한 번은 한 수업에서 조별 과제를 하는데, '인생에서 돈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란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한 적이 있었어.
아빠와 다른 한 누군가 손을 들었지. 그러자 질문 공세가 이어졌어. 나는 '먹고 살만큼이 돈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란 대답을 했는데, 또 누군가 '그게 얼마인데요?'라고 말했어. 아빠는 대답하지 못했지. 금액을 가늠할 순 없었지만, 먹고사는 그 돈 자체로도 거액의 액수라는 게 불현듯 떠올랐으니까. 아빠는 그때 가난에 익숙해져서, 어쩌면 돈에 대한 소중함이나 돈 공부에 대해서는 그저 막연하게,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 물어볼 사람이 없었으니까. 아버지의 부재가 컸으니까. 한 마디로, 돈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거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돈에 대해 무지(無知) 했으니까.
결론적으로, 돈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몹시 후회돼.
유대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돈에 대해 현실적인 교육을 시작해. 탈무드엔 이런 말이 있어. '사람을 상처 입히는 것엔 세 가지가 있다. 번민, 말다툼, 텅 빈 지갑. 그중에서 텅 빈 지갑이 가장 크게 사람을 상처 입힌다.'.
돈에 대한 탐욕을 경계하라는 아빠의 어린 시절 교육과는 매우 상반된 것이지. 흥부와 놀부 전래 동화엔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뚜렷이 녹아 있단다. 권선징악이란 가치는 되새겨야 하지만, 부자는 모두가 탐욕스럽게 그려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해야 해. 부자라고 해서 모두가 탐욕스럽고, 누군가의 것을 빼앗은 사람은 아니니까.
오히려, 그들은 돈공부를 일찍부터 제대로 한 사람이라고 보는 게 더 맞지 않을까?
돈 공부 해야 한단다.
하루라도 빨리. 아빠가 있을 때. 많이 물어보렴. 그리고 많이 토론해 보자.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너희 기대 수명은, 아빠의 그것보다 더 길 테니까.
서문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자존감은 매우 중요하고 경제적인 것과 연관이 있단다.
돈은 분명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자존감은 돈을 버는 데 또한 큰 역할을 하지. 자존감이 돈으로만 형성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자존감을 갖는데 매우 어려운 시대가 된 건 사실이야.
그래서일까.
아빠는 가난했던 그때 자존감을 지키지 못했던 것 같아. 돈이 없었으니까. 꿈이 없었으니까. 무얼 해 볼 시도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물론, 열심히 공부하고 대외 활동을 하며 나름 의미 있게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그때 아빠의 시선은 하늘이 아닌 땅을 향했던 것 같아. 아빠 친구 중엔 어렸을 때부터 강남 큰 아파트에 살고 집이 부자인 친구가 있었는데, 늘 그 친구의 활달함과 자신감이 부러웠단다.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가늠할 수 없는 부(富)의 차이와 압도적인 친구의 에너지에 허무함을 느끼고 기가 눌리기도 했었어. 어린 나이에, 아빠는 이미 수저 계급의 존재를 알아버린 것일지도 모르지.
돈이 들더라도, 너희에게 여러 가지 경험을 선사해주려 하는 이유야.
기본적인 학업, 여러 다양한 대외 활동. 여러 나라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 가족의 소중함까지. 누구보다 낫다거나, 이런 것이 채워짐으로써 너희 자존감을 세우라는 뜻이 아니야.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주어지는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함을 일깨우며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취지야. 아빠는 너희가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믿는다.
단, 돈에 있어서 '자존감'과 '자존심'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해.
자존감은 말 그대로 스스로가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야. 반면, 자존심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개념이지. 그러니 자존심이 상할 땐, 자존감으로 극복해야 해. '돈'과 연관 지어야 할 건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이야. 돈이 없어 자존심은 상하더라도 자존감은 잃지 말아야 하고, 돈이 있다면 더 강화해야 할 건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이라는 걸 명심해.
'자존심'이 돈과 강하게 연결되면, 감정과 기분에 따라 돈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수도 있으니까.
돈 공부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을 하거나 시도해 보는 게 더 중요하단다.
꼭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주식이나 부동산 등은 돈을 버는 수단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어.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요즘엔 돈을 버는 방법이나 수단이 더 많이 있단다.)
그렇다면 아빠는 가난하더라도, 알지 못했더라도.
그것들 일부를 시도해 볼 기회는 있었어. 예를 들어, 주식을 한 주 사본다던가. 부동산을 찾아가 집 시세라도 알아본다던가.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그것을 하기 위해선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야. 정보와 용기의 부족, 그래서 하지 못했겠지. 그러나 해봤어야 했어. 아빠가 생각하기에, 나와 같은 나이였어도 분명 그걸 실천한 사람은 있었을 거고, 지금 그 사람은 어쩌면 아빠보다 더 큰 부자가 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생각해 보니 그때에도 대학생 모의 투자 대회가 있었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에서는 소액이라도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문구가 지금에도 기억이 나.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시대와 사회는 팍팍해지고 빈부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어.
그러니, 누군가는 더 부자가 되고 있고 또 누군가는 새롭게 돈을 버는 방법을 만들거나 발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
돈 버는 수단이 무엇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단다.
근로 소득과 자본 소득 기억나지? 그 외의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무엇이 돈이 되는지, 다른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 벌고 있는지. 돈이 모이는 곳은 어디인지, 언제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여는지.
너희 이름으로 주식계좌를 만들어준 이유를 이제는 이해할 거야.
아빠는 엄두도 못 냈던 학생 시절의 주식 계좌. 이젠 그것이 예전 보단 쉽고, 또 기본적인 것이 되어 가는 시대란다.
돈을 버는 수단에 일찍 발을 들여놓길 바란다.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지금은 잘 알지 못하더라도.
발을 들여놓는 것과 아닌 것은, 그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는 거대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거야.
이제, 단순한 젊음을 부러워하던 시대는 지나갔어.
모든 건, 돈과 경제와 연관되어 있단다. 부자는 모두 나이가 지긋하다는 공식도 깨진 지 오래야. 젊어서도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꽤 가난해질 수 있지.
돈을 가진 사람들을 탐욕하다고 몰아세우던 시대는, 모두가 가난했던 시대야.
지금은 그렇지 않아. 돈을 버는 수단을 공유하고 공부하는 시대이지. '파이어(FIRE: Finalcial independence + Retire Early)족'이란 말도 그래서 생겨났어. '경제적 자유'와 '조기 은퇴'는 시대를 거스르는(?) 모두의 바람이 된 거지.
아빠는 여전히 근로의 가치를 높게 생각한단다.
'Easy come, easy go.' 쉽게 얻은 건, 쉽게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아. 겸손하고 겸허해야 해. 신기하게도 돈의 속성은 그렇단다.
운이 좋아 돈을 쉽게 번 사람들에게서 큰 박탈감을 느낄 때도 있을 거야. 그러나, 분명한 건 그들이 그 돈을 얻기 위해 들인 '시간'과 '정성'은 잘 알지 못해. 그것이 명확할 때, 우리는 그가 돈을 쉽게 얻었는지 아니면 어렵게 얻었는지를 알 수 있겠지.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그것을 가늠할 필요는 없어.
돈과 부를 얻기 위해, 우리는 어떤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해. 너희 젊은 지금의 날에, 무엇을 바라고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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