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어느 작은 다리에 달린 사랑들
네덜란드를
'낭만'과 연결하여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풍차나 치즈, 또는 홍등가와 마리화나가 자유로운 나라로 알려져 있고, 다른 유럽 사람들에게도 암스테르담은 '경제도시'로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낭만보다는 '실리'와 '실용'을 중시하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특성이 큰 이유를 차지할 겁니다. 국토의 25%를 개간하여 자연과 싸우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낭만'보다는 '생존'과 더욱 친하게 지냈어야 했었으니까요.
또 하나. 더치어의 발음 또한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죠.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은 어쩐지 친숙하지만 '위트레흐트의 연인'이라 하면 좀 그렇잖아요? 글로 써서 그렇지 '레흐트'를 실제로 발음하려면 목 깊이에서 소리를 끌어올려야 하니 '낭만'과는 한 걸음 더 멀어집니다.
네덜란드 곳곳과 암스테르담, 그리고 어느 곳의 도시라도 발걸음을 하나하나 내딛다 보면 알게 됩니다. 당장 옆의 누구와라도 사랑에 빠지고 싶을 정도로 '낭만'이 주위에 가득하다는 것을.
특히, 암스테르담의 거리는 고즈넉함과 시끌벅적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아주 매력적인 곳입니다. 삐뚤빼뚤한 한 모습의 개성 강한 집들 사이를 걷다 보면 이상한 나라에 와 있다고 느끼거나,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늘어진 시계 속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들기도 하죠. 두 손을 꼭 마주 잡고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지나가는 연인들, 햇살이라도 나면 자유롭게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의 풍경은 '낭만'의 씨앗이 됩니다.
'홍등가'로 알려진 그 길을 걷더라도 '낭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합니다. 그저 잠시 스쳤다 가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섹스와 도박, 그리고 마리화나가 합법이라는 주입력 강한 편견의 조각들이 뇌리에 박히게 되기 때문이죠. 문화라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색안경을 빼고 거닐어보면 참 아름다운 곳인데 말이에요.
고요히 흐르는 곳곳의 운하와 그 작고 작은 운하를 앙증맞게 연결하는 다리. 운하도 소소하고 다리도 소소한데, 여기에 소소한 사랑들이 주렁주렁합니다. 프랑스 퐁네프 근처의 다리들은 자물쇠 무게로 다리가 무너질까 걱정하는데, 역시 이곳은 소소합니다. 몇 안 되는 자물쇠들이지만 그래도 이 자물쇠 들에 경의를 표합니다. 각각의 사연과 사랑은 결코 소소하지 않기 때문에. 자물쇠 하나하나를 보면서 마음 간질간질할 그들의 설렘을 조금이나마 훔쳐 느껴봅니다. 참 좋을 때라고 느끼며.
소소한 다리에 '낭만'이라는 열매를 달고 간 그들의 사랑이 날로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위치 정보
Groenburgwal 52
1011HX Amsterd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