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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06. 2023

글쓰기라는 자기 사연

사연 없는 사람이 있을까.

복잡하게 얽힌 일의 앞뒤 사정이나 그 내용을 일컫는 '사연'이란 단어는, 그 자체에 꽤 사연이 많아 보인다. 우리네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사연이 발생한다. 그저 숨을 쉬었을 뿐인데 왜 인생은 복잡해지기 시작할까. 우리가 사는 세계는 단순계가 아닌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에서 또 하나의 단어를 떠올린다. 바로 '역학'이다. 역학은 상호에 작용하는 힘을 말하며, 부분을 이루는 요소가 의존적 관계를 가지고 서로를 제약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사연은 역학을 바탕으로 양산되는 것이다.


태어나기만 했는데, 숨을 쉬기 시작했을 뿐인데.

나는 누군가의 딸, 아들이 되거나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의미에 따라 삶은 점차 복잡계로 입문하게 된다. 어느 탄생은 축복이 되지만, 여의치 않은 관계에서 태어난 생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된다. 상식적인 선에서 새로운 생명은 환영받지만, 그렇지 못한 삶도 있다는 것이다. 설령, 축복받고 태어난 숨이라도 어느새 축복은커녕 미움과 한탄만을 받으며 살게 될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 반대로, 태어남은 축복받지 못했지만 또 다른 행운을 얻어 그 삶에 웃음이 더 가득한 인생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삶은 이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원인과 결과가 미치는 복잡 다단한 인생의 순간들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것을, 지금은 맞지만 그때는 틀렸음을 알려 준다. 내 의도가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자신 또한 누군가의 의도는 내 상황과 기분에 맞게 제멋대로 판단하고 해석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역학이 부르는 오해와 착각.

의도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

당최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반응과 세상의 공격.


들숨에 하나, 날숨에 두 개.

차곡차곡 그렇게 사연은 쌓인다. 그러나 우리네 대부분은 타인의 사연에만 관심이 많다. 내 사연은 숨기기 일쑤다. 타인의 사연을 엿보며 자신의 사연은 불편한 마음에 덮어버리고 만다. 보이지 않으면, 내어 보이지 않으면 괜찮다는 임시적인 방편은 삶을 고단하게만 할 뿐. 사연은 내어 놓아야 하며, 스스로 발견하고 그 역학 관계를 밝혀내야 한다. 무엇이 나를 웃게 하는지, 무엇이 나를 울게 하는지. 무엇이 나를 편안함을 주고, 또 무엇이 내게 불편함을 선사하는지. 왜 살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고, 앞으로의 삶은 무엇으로 채워 나가야 할지. 존재의 자각과 함께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삶의 단서는 지나온 내 삶의 사연과 지금의 다짐 그리고 앞으로 다가 올 다소의 미래에 있다.


자기 사연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다.


글쓰기를 통해 내어 놓는 자기 사연은, 때로 보기에 편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써내야 하고, 불편하고 보기 싫은 것들을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내게 일어나고 있는 삶의 역학이 파악되고, 그게 파악되면 비로소 자기 사연에 귀와 마음을 기울이게 된다.


세월이 흐를수록, 시선은 밖이 아닌 내 안을 향해야 한다.

내 사연을 내가 듣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스로 사연을 써내야 한다. 스스로의 사연을 돌보지 않는 자에게, 존재에 대한 자각은 사치이며 삶의 방향은 내가 원하지 않는 역학의 농간에 따라 좌우된다. 스스로 알고리즘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알고리즘에 이끌려 살 듯.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듯 말이다.


써야 한다.

내어 놓아야 한다.

듣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타인의 사연이 아닌, 자신의 사연을.

자기 사연을 듣지 않으면 돌아오는 것은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지난날의 후회뿐임을.


나는 쓰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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