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꼭 알아야 할) 성(性)의 기원

by 스테르담
왜 나에게 'Sex'를 묻죠?


1989년 1월 1일을 기해, 대한민국엔 '여행자유화 조치'가 내려졌어.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할까? 한 마디로 그 이전엔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했다는 거야. 관광여권이 처음 생긴 83년에는 여권 발급이 50세 이상으로 제한되었고, 관광 예치금 명목으로 200만 원을 납입해야 했어. 해외 출장도 회사의 매출액을 따지면서 허가했기 때문에, 사실상 해외 나간 사람이 별로 없었지. 당시 해외로 나간 한국인은 48만여 명이었단 사실! (최근엔 1,500만 명... 그러니까 우리나라 인구 3명 중 1명이 해외를 오가고 있단 거야.)


아빠의 첫 해외여행이 대학 시절이었던 이유란다.

그렇게 처음 도착한 해외에서, 아빠는 아주 낯 뜨거운 단어를 접하고 말았지. 입국 심사를 위한 카드에 정보를 넣어야 하는데, 거기에 'Sex'란 말이 있었던 거야.


어라? 왜 Sex를 묻지? 뭘 적어야 하지? 경험을 적어야 하나?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이 입국하는데 왜 필요하지?


1초보다 짧은 시간이 지난 후, 오른쪽 'M'과 'F' 알파벳을 보고는 정신을 차리게 되었지.

아,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묻는 거구나!


'성(性)'이라는 말만큼, 너희를 흥분시키는 것은 없을 것이다.

더더군다나 영어로 직역하면 '섹스'라는 말은 더. 아빠도 당시 혈기 왕성했을 시기이니 이성적으로는 '성별'을 떠올려야 했지만, 순간적으로 '성행위'를 떠올렸던 게 아닐까 해.


그런데 말이야, 잠시만 불끈하는 몸의 반응을 진정시키고 '성'에 대해 알아보자.

성의 기원부터 말이야. 갑자기 웬 다큐냐고? 아빠가 이야기했잖아. 성에 대한 인식이 너희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이야. 너희들이 원하는 야한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이미 배우고 있을 테니, 좀 다른 각도로 보자는 거야. 성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세울 수 있도록. 야한 생각만 하도록 만드는 '성'은 왜곡되기 일쑤이니까.


'성(性)'의 기원


한문에서 성(性)이란 글자는 마음 심(心) 변에 날 생(生) 자를 합한 말이야.

Sex란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Sexus(섹서스)에서 유래하였고 이는 <나눈다>라는 뜻의 "Seco"(Cut)에서 파생되었지. 또한 Segare(세가레:절단하다. 분리, 구분의 의미)라는 라틴어에서 그 어원을 찾아, 남과 여를 구분하는데 쓰였다고도 해.


그런데 말이야.

이러한 '성'은 생물학에서도 꽤 오린 수수께끼로 다루어지고 있어.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다른 성으로 나누어 번식하는 건 생물학적으로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야. 사람은 한 세대를 키워내기 위해 무려 삼십 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해. (요즘은 더 길어지는 것 같고...) 여기에, 서로의 짝을 찾기 위해 소모하는 구애 과정을 생각하면 이렇게나 소모적인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 무성생식 (암컷과 수컷의 교배 없이 이루어지는 생식법 - 작가 주 -)을 하는 박테리아는 하루 만에 수억 마리로 불어날 수가 있어. 효율성 차원에서 보면 박테리아가 더 고등(?)하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 소모적인 시간, 노력 그리고 자원을 번식 속도만을 놓고 보면 유성 생식은 무성 생식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이니까 말이야. 그럼에도, 이러한 비효율적인 방식을 택한 유성생식 생물들이 오히려 더 번성하고 있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해.


그 이유를 보면 '성'의 기원과, 성이 나뉘어 번식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돼.


'성(性)'의 탄생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은 굳이 왜, 성을 둘러 나누어 번식할까?

번식 속도로만 보면 무성생식 그룹이 빠르겠지만, 변수는 바로 신종 바이러스와 같은 외생변수야. 무성생식은 유전자 다양성이 거의 없어. 이러한 상황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전멸하는 거야. 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니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존재가 없는 거지.


반면, 유성생식을 하는 그룹은 몇몇이 신종 바이러스를 못 이겨내고 생을 마감하겠지만 다른 성으로부터 유전자가 다양화되었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되지.


이는 진화생물학자인 피셔와 실험 유전학자인 멀로로부터 나온 이론이야. 이러한 이론은 1982년 전설적인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에 의해 더 탄력을 받게 돼. 그가 주장한 '기생충 가설'은 숙주가 기생 생물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성(性)'을 진화시켰다는 거야. 해밀턴이 말한 기생충은 단순히 그것만을 말한 게 아니라, 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포함했는데 유성생식이 무성생식보다 번거롭고 번식속도도 느리지만 유전적 다양성을 가짐으로써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게 되니 성의 구분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지.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하면 후손들 속에서 유전정보가 뒤섞여 완전히 새로운 방어 능력을 지닌 개체가 탄생하게 돼. 사람들 개개인의 생김새와 체형, 성격과 기질 등이 다른 차이를 보면 이해가 될 거야. 우리 가족이 한 번에 감기에 걸린 적이 별로 없던 것을 생각해 봐. 돌아가면서 걸릴지언정, 모두 함께 감기에 걸린 적은 매우 드물고 심지어는 감기가 걸리지 않은 채 해를 넘기는 경우도 있잖아.


이처럼 유전적 다양성은 매우 중요해.

다시, 기생충 가설에 연관하여 성의 탄생을 증명한 실험을 하나 알아볼까? 진화생물학자 조켈러 교수는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을 모두 할 수 있는 진흙 달팽이로 실험을 진행했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무성 생식 그룹'과 '유성 생식 그룹'을 나누고 그 두 그룹에 기생충을 투입시켰지. 결과는 어땠을까?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결과가 나왔어. 무성생식 그룹의 달팽이 개체수는 급격하게 줄었고, 유성생식 그룹 달팽이의 개체수는 계속하여 늘어났지. 유성생식으로 태어난 다음 세대 달팽이는 부모와 다른 유전 형질을 갖게 되었기 때문인데, 일부는 기생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다른 세대는 조합된 유전자를 가지고 기생충에 대항할 수 있었던 거야.




상호작용은 생물이 진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기생생물'이야. 여기까지 읽고 나면 너희는, "아빠, 그럼 기생생물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성행위를 해야 한단 거예요?"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생존'과 '번식'을 위함이란 걸 떠올려야 하겠지.


동양사상으로는 '성(性: 성품 성)'은 글자 그대로 인간 생명 그 자체로 보았어.

또한 성을 색(色)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는데, 색(色)이란 본다(視) 또는 색상(Color)의 뜻도 있지만 성행동이나 성적인 쾌락 등 성적인 의미의 동의어(同意語)로 쓰이며 편안함을 얻고자 하는 쾌락 욕구를 나타내기도 해. 서양 사상에서도 '성(Sex)'이란 자웅(♂♀)을 표시하거나 색(色:성적인 쾌락)을 표시하는 것만이 아니고, 바로 총체적인 인간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하지.


'성'은 어느 하나의 개념으로 응축할 수가 없어.

사람 그 자체이자, 사랑이라는 감정이며, 생존을 향해 몸부림치는 진화적 발상이기도 해.


다만, 이렇게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받아들여야 할 '성'이 갈수록 현대에 이르러서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나 즉흥적이고 단기적인 욕구를 채우는 수단으로 왜곡되고 있어. 이것이 문제인지를 안다면, 그것이라도 다행이지만 보다 강도 높은 자극이 돈이 되는 이 시대엔 그것이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지.


성의 요소에서 '쾌락'은 중요하지만, 쾌락만을 추구하다 보면 성의 본질에 기반한 진정한 쾌락을 느끼지 못하거나, 오용됨으로써 예상하지 못한 불행을 겪게 돼. 사람은 빵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쾌락으로만 사는 것도 아니야. 느껴야 할 많은 감정 속에서, 절제할 수 있는 능력과 성숙함이 있을 때. 삶의 모습은 풍요롭고 아름다워질 거야.


너희 기대를 저버리고, 예능이 아니라 다큐로 이 글을 채워 가고 있는 이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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