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Aug 09. 2016

가족여행 가자, 아이슬란드로.

가족여행은 진기한 경험이자 기적인 것 같아


- 여정 -


Prologue

From 네덜란드 To 레이캬비크 (2박)

레이캬비크 To 골든 서클 (1박)

골든 서클 To 폭포 및 주상절리 투어 (1박)

폭포 및 주상절리 투어 To 트랙킹 및 요쿠살롱 빙하투어 (1박)

아이슬란드 To 네덜란드



아빠 이번 가족 여행은 어디로 가요?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벌써 휴가 기간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햇살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갔으니 여름이라는 것은 자각했으나, 예전에 계획하고 예약했던 가족 여행을 갈참이었다는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사무실 내 다른 유럽 친구들은 그 햇살을 즐기기 위해 애초부터 떠나 있었다. 사무실이 예전과 달리 무척이나 조용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이번 여름에 우린 아이슬란드라는 곳으로 갈 거야. 그곳은 가기 쉽지 않은 곳이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 이래. 오죽하면 신이 지구를 만들기 전에 먼저 연습을 한 곳이라는 찬사가 있을 정도야. 참 많이 기대되지? 아빠도 그래.


약  6개월 전에 아이들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나도 여행을 생각하며 설렜다. 바쁜 일상 덕분(?)에 몰랐던 선물. 오래된 옷 안에서 발견한 동전이나 지폐처럼 기분이 좋았다. 여행 앞에 사람은 언제나 어린아이가 되는 건지도 모른다.


아빠는 가족 여행이 참 좋아. 가족 여행이란 건 참 경이롭고 소중한 경험이거든. 먼저 우리가 가족이 된 것 그 자체가 기적이자 축복이잖아. 이렇게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야 여행도 가능한 거니까. 아빠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가족 여행을 한 기억이 별로 없어. 다 각자 살기 바빴거든. 그래서 아빠에게 가족이라 정말 소중한 선물이야. 특히나 너희들. 가족이란 축복에 목마르던 나에게 너희가 와줬으니 말이야. 그리고 이렇게 마음이 맞아 함께하고, 누구 하나 아프지 않고 건강해서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도 우리가 참 감사해야 할 일이야. 너희가 조금 더 크면 저 스스로의 인생을 살고, 각자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나게 될 테니, 사실 우리가 함께 가족 여행을 갈 날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는은도 모르지. 자, 어때 가족 여행이 조금은 더 특별하게 다가오지?


네, 아빠 우리도 가족 여행이 참 좋아요. (아직까지는?)


나는 회사일로 잠시 있고 있었지만 와이프는 역시나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5박 6일간의 일정과 가야 할 장소, 비행기와 호텔은 물론 관광에 필요한 모든 예약이 이미 끝나 있었다. 물론, 그 일정은 엑셀 파일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여행 갈 때마다 수고하는 와이프의 작품


이번 여행은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함께 모시고 가게 되었다. 그 두 분은 내게 있어 또 다른 의미가 되신 분들이다. 가족이 고팠던 내게 더 많은 가족이 생겼으니 굳이 그 특별함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잘나지도 않은 사위에게 귀하게 키우신 딸을 덥석 주신 것부터,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시는 두 분. 난 아직도 결혼식 후에 장인어른께서 꼭 안아주시던 것을 기억한다. 아버지가 안 계셨던 나에게 장인어른의 그 포옹은, 그러니까 남자들끼리의 깊은 껴안음은 굉장히 낯설고 예상 못한 일이었으나 참으로 뜨겁고 울컥한 그 무엇이어서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다. 어쩌면 난 잠시라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가족의 이름으로 말이다.


공항까지 이동은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언제나 출장의 관문이자 출장 온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었는데 차를 놔두고 버스를 이용하니 어쩐지 조금은 더 여행에 가까워진 듯했다. 벌써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난 느낌. 일상이란 소중하고 언젠간 돌아와야 할 곳이지만, 잠시 조금은 다른 이러한 시간들이 사람을 들뜨게 한다. 여행이니까. 그것도 가족여행.


공항으로 향하는 사람들 저마다의 손엔 여행가방과 기대가 한 가득


가족 모두가, 그것도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비행기를 타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바리바리 들려진 짐들, 무엇하나라도 잃어버리진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몸은 이미 녹초다. 휴가철이라 북적이는 공항을 가로질러 티켓팅과 짐을 부치는 일, 그리고 매 순간마다 대기하는 줄과 지루한 시간은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된다. 사실, 여행은 몸이 피곤한 여정이다. 집 떠나며 고생이라는 것도, 결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집 문을 열 때의 그 포근함은 어디에도 비할바가 없다. 그럼에도 그 피곤한 여정은 '행복한 피곤감'이라 말할 수 있고, 이 피곤감으로 일상의 그것을 잊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즐겁다.


저가 항공이라 수하물 무게가 엄격하다. 규정무게를 통과하고나니 피곤이 조금은 가신다.


비행기에 올라탄 사람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조금 전까지 줄을 서고 짐을 부치는 전쟁을 치른 후의 평화. 이젠 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곁을 떠나 저희 둘이 자릴 잡고 앉았다.


비행기가 1시간 정도 늦게 출발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어느 정도의 동요가 일긴 했으나 사람들의 입가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언제 출발하냐며 어리둥절 하던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니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비행기가 뜬 건 예상보다는 빠른 약 40분 뒤였다. 날아오르는 동체에 몸을 맡기 우리 가족의 여행은 또 그렇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멀어져 가는 네덜란드 땅이 보이고 우리는 이내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3시간이 조금 못된 시간엔 바다만이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고 이내 아이슬란드의 땅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 우린 아이슬란드에 거의 다 와가고 있어.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여기서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자. 특별히 무얼  하지 않아도 돼. 그저 함께라면 우리는 만들 수 있어. 공항에서 부대끼며 올라탄 그 시간부터, 아니 우리가 처음 만나 이제까지 살아온 매 순간순간이. 고마워, 사랑해.




* 글쓰기의 본질을 전하는 사람들, 팀라이트가 브런치 글쓰기 강의와 공저출판 프로젝트를 런칭 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함께 주변의 글쓰기가 필요하신 분들께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팀라이트 클래스 안내] 브런치 글쓰기 x 공저 출판


* 와디즈 글쓰기 앵콜 펀딩 정보

[와디즈 앵콜 펀딩] 스테르담과 글쓰고 책내고 작가되기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브뤼셀은 안전할 거야 오줌싸개 동상이 오줌을 누는 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