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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22. 2024

Q. 직장에서는 참는 것이 미덕일까요?

스테르담 직장인 심리카페 의뢰 내용을 정리하여 연재합니다.


Q. 직장에서의 일과 관계에 있어서 감정을 꺼내지 못하고, 꾹꾹 누르느라 소진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감정을 표현하고 나면 동료와 어색해질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A.


저는 출근할 때, '간'과 '쓸개'를 냉장고에 넣고 출근합니다. 네?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직장인이라면 간과 쓸개를 보관할 전용 냉장고는 하나씩 있잖아요. 


간과 쓸개는 인체의 해독 및 소화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주요 장기입니다. 간과 쓸개를 집에 두고 출근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한의학에서는 감정을 오장육부와 연결하는데, 그중에서 분노는 '간'과 '쓸개'에 배속이 됩니다. 분노를 일삼으면 간과 쓸개가 망가진다는 겁니다. 직장에서는 분노란 감정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예 간과 쓸개를 집에 두고 출근한다고 말하는 것이죠.


다시, 한의학으로 돌아가 간과 쓸개는 '소설작용'과 '상승작용'에 깊이 관여한다고 합니다.

사방으로 기운을 소통시켜 주고, 소화를 도와 원기를 끌어올려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요.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기운이 응어리진다.'라고 말합니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간과 쓸개가 망가져 건강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한국사람은 예로부터 내려온 유교사상과 집단주의에 큰 영향을 받고 있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슴에 꾹 담아 병을 키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화병(火病)'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한국인에게 특화된 증후군이라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간'과 '쓸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첫째, 분노를 오장육부에 전달하지 않는 방법. 둘째, 감정을 잘 표현하는 방법.

 

첫째 방법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간'과 '쓸개'를 위한 (마음속) 전용 냉장고를 만드는 겁니다. 직장이란 오만가지 감정이 요동하는 것이란 걸 인정하는 것이죠. 정말로 배 속에 있는 그것들을 꺼내자는 것이 아니란 걸 잘 아실 겁니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도 좋습니다. 분노가 일더라도, 그것이 오장육부에 닿지 않도록. 냉장고에 신선하게 보관되어 있는 간과 쓸개를 떠올리시는 겁니다. 지금 당장 속이 문드러지지 않도록 말이죠. 


둘째는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게 정말 '감정'일까를 떠올리는 겁니다. 감정을 전달하면 감정이 되돌아옵니다. 우리가 전달해야 할 건 바로 '메시지'입니다.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게 어려워, 우리는 돌려 말하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더 큰 오해가 쌓이고, 전달되어야 하는 메시지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말죠. '네가 이래서 화가 나.'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공격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내 감정이 이러한데, 아마도 네 말과 행동을 내가 이렇게 받아들여서 인가 봐.'라고 말해보세요. '너'에 대한 손가락질이 아니라,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상대방의 반발을 줄이고, 메시지는 극대화하는 것이죠.


'감정 내세우지 말어. 그러면 하수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더 하수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감정에 대한 충고는 매우 쉽습니다. 감정을 내세우지 않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표현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남의 감정에 왈가왈부할 때가 아닙니다. 내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간'과 '쓸개'는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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