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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23. 2016

직장인, '긍정적 사이코패스'되기

꼭 사이코패스가 아니더라도 각자의 방어기제를 찾아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직장인인 우리는,
이미 사이코패스임을 고백해야 한다. 


사실, '선하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미 직장생활을 접었을지 모른다. 아직 남아 있는 우리는 '정상적'이지 못하다. 그러기에 남아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그리고 별의별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즉, 직장 생활을 '이성적이고 정상적'으로만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시 우리는 이미 사이코패스임을 고백해야 한다. 아니, 꼭 사이코패스가 아니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아니라면 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읽기를 멈추면 된다.


직장인은 왜 사이코패스인가?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사이코패시(Psychopathy)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속하는 하위 범주로서,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얕은 감정, 자기중심성, 남을 잘 속임 등을 특징으로 하는 종류이다. 정서, 대인관계에서는 공감 능력 부족, 죄의식, 양심의 가책 결여를 특징으로 하고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피상적이고 불안정하다. 대인관계에서 자기중심적이고, 과대망상적, 지배적, 착취적이며, 거짓말과 교묘한 조종에 능하다. 행동 내지 생활양식은 충동적이고 지루함을 참지 못하며, 행동 제어가 서투르고, 자극을 추구하며, 책임감이 없고, 사회규범을 쉽게 위반한다. 이러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을 사이코패스(psychopath)라 부른다. 망상, 비합리적 사고 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신병(psychosis)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 출처: 위키백과 -

일단, 사이코패스는 '정신병'과 구분된다. 즉, 정신병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직장인이 사이코패스라고 좀 과격하게 표현해도 기분 나빠하지 말자. 그런데 위에서 열거 한 특성들 중 하나라도 나는 아닌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다. 만약 저 정도가 심하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사람들, 특히 직장인에게는 쉽게 보이는 현상들이다. 


그래도 맘에 잘 안 와 닿는다면, 직장에서 제일 기분이 더러웠던 적 또는 가장 호되게 누군가에 당했던 그때를 떠올려보자. 또는 내가 큰 책임을 지어야 했을 때, 무언가를 크게 잘못했을 때, 면피를 했어야 하고 책임을 회피해야 했을 때를. 슬럼프에 빠져서 누구와 이야기 한 마디 섞고 싶지 않을 때, 많은 동기들이 있어도 괜스레 외롭다고 느낄 때도.


회사 가기 싫은 '사람'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곳이 바로 직장이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미 와있다.


사이코패스가 되어야 하는 이유


직장에서의 감정 변화는 다이내믹하다. 별의별 사람들과 함께 다가오는 별의별 상황들. 한 없이 기분이 좋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감정의 기복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업무를 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 무시를 당한 적도 있을 것이다. 쳐 올라오는 분노를 삭였을 때도 있고, 그것을 참지 못해 직장에서는 해서는 안될 감정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하루 한시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 곳이 바로 직장이다. 어쩌면 어느 무대 위에 발가 벗겨진 채 놓인 운명과도 같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나와 같이 발가벗겨저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북돋우며, 또 감시하고 헐뜯기를 반복하는. 페르소나는 그래서 필요하다. 온 몸뚱이가 노출될지언정 얼굴이라도 가리고 회피할 수 있는 장치, 즉 사회적 가면. 이 아이러니한 사회적 가면은 우리에게 이렇게 수치심을 걷어낼 수 있음과 동시에, 그 괴리로부터 오는 사회의 쓴 맛을 극대화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자. 위와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적당히 미쳐 있어야 한다. 살기 위해서다. 그러지 않으면 버티지를 못한다. '적당히 미치기' 또는 '곱게 미치기'에 적합한 것이 바로 사이코패스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신병과 구별되는 사이코패스는 어쩌면 자기 방어기제 일지 모른다. 이 방어 기제를 잘 사용하면 우리에게 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이코패스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영화에나 나오는 사이코패스가 되어 범죄를 일으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미국의 경우 사이코패스의 인구가 약 500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500만 명이 모두 중범죄를 저지르진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아주 박식하고 매력적이며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단다. 사이코패스는 이렇듯 우리 주위에 있으며, 우리 내면에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감정을 관여하는 전두엽이 일반인들처럼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느끼는데 매우 미숙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특징을 살려 어느 정도는 우리도 사이코패스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다.


긍정적 사이코패스되기


정말 잠재적 연쇄살인마가 되자는 말이 아니고, 그리고 사이코패스 증상을 잘 이용하여 정상적이지 않은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방법을 나는 '긍정적 사이코패스되기'로 칭하고 싶다. 즉, '긍정적 사이코패스'는 직장 내에서 만나고 벌어지는 갖가지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일과 나를, 수치심과 감정을 분리하며 자신을 다스리는 노하우로 결론짓고 싶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살려 '긍정적 사이코패스'가 되는 방법을 하나하나 살펴봤으면 한다.


첫째, '업무'와 '나'를 분리하기


좋은 리더는 부하를 다스릴 때 업무와 일을 분리해서 피드백을 준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부분의 리더나 상사는 "아니 자네는 대체 왜 그 모양이야?"라며 업무의 미숙함을 잘 갈려진 비수로 변신시켜 인신공격하는데 능숙하다. 이런 경우 받는 마음의 상처는 상상 이상이다. 자괴감은 곧바로 친근한 것이 되고, 너무 친해져 대체 떨어져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일'과 '나'를 분리하는 것이다. 또한 일어난 '상황'과 '감정'을 분리해야 하는 때다. 모든 것이 끝나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일어난 현상보다 더 많은 걱정과 근심을 안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게 되는데 그러다 정말 훅간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인 '감정을 느끼는 데 미숙함'을 이때 상기해야 한다. 이러한 일뿐만 아니라 갖가지 상황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거나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의도치 않은 외생적 변수로 프로젝트가 망쳐졌을 대도. '업무', '일어난 상황' 등을 곧이 곧대로 다 받아들이지 말고 그것들과 '자신'을 잠시라도 분리시켜야 한다. 어쩌면 나는 이 순간 '사이코패스'야를 몇 번 외쳐야 할지 모른다. 그래야 산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둘째, 때로는 필요한 '공감의 결여' 및 '자기중심적 사고'


'아생연후'의 각축장이다. 지독하게도. 즉, 나 먼저 살고 봐야 한다. 주위의 수많은 마음 통하는 동료가 생각날지 모른다. 그럼에도 직장이란 곳은 냉철한 곳이다. 현실적으로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그들과 미리, 또는 일부러 적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러자고 하는 말도 아니다. '공감'이라는 말은 매우 아름답고 올곧아서 '공감'을 하지 못하면 내가 잘못된 사람으로 비칠 정도다. '공감', 물론 중요하다. 그리고 잘 해야 한다. 하지만 매 순간은 아니란 이야기다. 잠시 '공감'하지 않는다고 죄의식을 가질 필요 없다. 반대로 '공감'하지 않는 상대를 두고 욕할 필요도 없다. 안 되는 '공감'은 안 되는 거다. 물론, 대놓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 좋긴 하다. 어쩌면 '직장'은 공감을 강요하는 곳이다. 다른 사람을 욕하며 '공감'을 호소하는 사람의 심리는, '공감하는 순간 너는 내 편'을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그 모든 것에 '공감'을 하다 보면 아마 주위에 남는 사람이 없을지 모른다. 속으로 받아들여 '공감'되지 않으면 안 해도 좋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


더불어 '자기중심적 사고'는 꼭 필요한 덕목이다. 자기는 버려둔 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술 한잔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관계를 형성하면서 든든한 우군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그들로 하여금 '공감'시켜 내 편으로 만들려는 심산이 큰 사람들. 물론 정치판보다 더 치열한 직장인의 정치 상 불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자신을 곧이 세우지 않고 우군에게만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직장은 '나부터 살고 봐야 하는 곳'이다. 언제 어떻게 돌아설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직급고하를 막론하고 같은 월급쟁이인 상황에서 자신을 버리고 나를 구할 사람이 있을까? 때로는 이기적이어야 하고 나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단, 그렇더라도 남을 잘 챙겨야 한다. 왜? 결국 이것도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때로는 충동적이고 자극을 추구해야 한다.


영화에서 보이는 사이코패스의 부류는 극과 극이다. 지난날의 트라우마로 고착화된 반 사회적 성향을 가진 저소득층, 또는 정치계나 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 조절장애와 반사회적 성향 그리고 감정과 공감의 부재, 자기중심적 사고가 복합적으로 발현되어 결국 충동적으로 범죄에 이르게 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물론, 극의 흐름을 좀 더 극대화하기 위해 어쩌면 조금은 더 '충동적'이고 '자극적'인 요소를 더했을 것이다.


이처럼, 사이코패스의 또 하나의 특징은 '불안정하여 충동적이고 자극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안정적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적극적이며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억지와 같은 말일지 모르지만 모든 장/단점에는 양면성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어차피 '긍정적 사이코패스'가 되기로 한 이상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충동적일 경우에도 죄책감을 가지거나 '나는 왜 이럴까?'를 고민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면 된다. 슬럼프라는 녀석은 대부분 '안정적'일 때 슬며시 다가온다. 너무나 곧이 곧대로 계획적으로 흘러가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직장에서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그 계획에 사로잡혀 잘 진행되지 않는 일들에 하나하나 실망할 필요 없단 이야기다. 또한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다 보면 개인의 역량에 도움이 된다. 부서나 업무를 바꿔 보는 것, 두려워하기보단 또 다른 세상을 겪어보는 적극적인 태도다. 




얼마 전이었다. 어느 한 상사와 마찰이 있었다. 내 주장을 객관적으로 어필하고 싶었으나 말도 안 되게 상반되는 그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만 감정이 치달았고, 그분도 나도 언성을 높였다. 이후 어찌 되었건 아랫사람으로서 죄송하단 메일을 보냈다. 답은 없었다. 대신, 곧이어 나를 타깃으로 한 '경비 진단'이 실시되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있으랴. 사용내역을 모두 뒤지고, 누구와 사용했으며 왜 그랬는지 날짜와 일시를 모두 꼬치꼬치 캐물었다. '사이코'패스와의 만남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 또한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물론, '긍정적 사이코패스'로. (만약 정말 사이코패스로 돌변했다면 저녁 9시 뉴스에 났을법한 일이 일어났을 지도.) 감정을 배제한 채,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였다. 솔직히 처음엔 억울하고 분했다. 그렇지만 그 감정을 곧이 곧대로 풀어버리고 펄쩍 뛰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꼴이었다. 털어서 먼지가 났기 때문이다. 감정이 좋았으면 아무 신경도 안 쓸 먼지였지만 그 상황에선 달랐다. 최대한 '일어난 일'에서 내 '감정'을 배제했다. 아직은 서툴지만 가끔은 전두엽을 비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십수 년간의 직장 생활을 통해 효과를 보이곤 한다. 덤덤하게 사유를 적었고 리뷰를 했으며 잘못된 부분은 경위서를 쓰고 일단락 지었다. 이러한 일을 뒤로한 채 그 상사와는 지금도 매일을 얼굴을 맞대며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이 밥을 먹을 때도 있고, 휴가 어디 다녀왔는지 인사치레를 하기도 한다. 누가 보면 그런 일이 있었느냐 할 정도다. (긍정적) 사이코패스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하루하루를 버텨낼 재간이 없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는 진리다. 살아남으려면 각자의 방어 기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이코패스는 우리에게 그 힌트를 주고 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기에 사이코패스에게서 배울 것도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꼭 사이코패스가 아니더라도 각자의 방어기제를 찾아내어 강한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본다. 잘 살아남아서.


P.S


'긍정적 사이코패스'들의 만남은 조금은 더 유쾌할지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그냥 사이코패스가 되기보다는, 우리 모두 '긍정적 사이코패스'가 되어 만났으면 좋겠다. 그러면 가뜩이나 힘든 직장 생활을 조금은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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