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좋은 순간은 언제일까.
에세이용의 대답이라면, '모든 순간이 좋다.'라고 대답해야 할 것이지만 이 글을 쓰는 나도 인간인지라 모든 하루의 순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물론, 좋은 순간이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같은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내 기분이 어떠하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찬란한 햇살이, 어느 연애 때의 순간이라면 아름답지만, 이별 후의 빛이라면 그보다 더 비참할 것은 없을 것이므로.
샤워하는 순간.
밥 먹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순간.
생각해 보니 정말로 좋은 순간들이 많다.
타인과 갈등하는 순간.
직장에서 모멸감을 느끼는 순간.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는, 세상 전체가 나의 적이 되는 부조리의 순간.
물론, 좋지 않은 순간들도 수두룩하고.
요즘 들어, 그래서 나에게 있어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은 '잠에 드는 시간'이다.
잠에 들 수 있다는 건, 잠이 들 곳이 있다는 것이고.
잠이 들 곳이 있다는 것은 그래도 내 거처가 있다는 것이며.
내 거처가 있다는 건 나는 무언가를 책임지고 있고.
책임지고 있다는 것은 나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있다는 것이며.
어찌 되었건 잠들 수 있다는 건 오늘의 좋은 순간과 좋지 않은 순간을 모두 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때론 큰 걱정에 불면으로 고생을 하기도 하나.
단 몇 십 분이라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언제나 있던 그 자리에 태양은 있을 것이고 나는 그것이 새로운 해라 여기고 또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으니.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
푹신한 침대와 함께 잠에 들어줄 가족.
모든 하루의 순간을 수용하고 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잠에 드는 시간이 나는 참 좋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