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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30. 2024

알고리즘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스테르담 자아를 찾아가는 글쓰기>

알고리즘의 시대


9세기 페르시아의 수학자 '무하마드 알콰리즈미(Amuhammad al-Kwarizmi).

그의 이름을 라틴어화하면 'Algorismus'가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고리즘'이 바로 그의 이름이다.


SNS를 하다가 나를 따라다니는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는 내가 검색했던 글이나 콘텐츠가 연이어 검색되거나. 이는 내 행동 패턴에 따른 연산과 데이터 진행을 통해 자동화된 추론의 결과다. 내가 어딘가에 남긴 디지털 흔적을 누군가 분석하고 연산하여 기어이 어디론가 나를 데려가거나, 누군가를 데리고 오는 것이다.


정신 차려보니, '알고리즘'이 나를 이곳에 이곳에 데려다 놓았다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이, 이제는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알고리즘이 데려가는 대로 산다'는 말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아니, 더 나아가.

'쓰지 않으면, 알고리즘이 데려가는 대로 산다'가 더 적합할 것이다.


바야흐로, '알고리즘'의 시대이자 '글쓰기'의 시대이니까.


나의 알고리즘은
무엇인가?


잠시 내 주위를 둘러보자.

내 주위엔 무엇이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선택을 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SNS나 온라인상의 알고리즘과 같이 우리 삶에도 그것이 있다.

아니, 사실 우리 삶의 알고리즘이 먼저다. 좋아하는 걸 더 하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걸 더 보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만나고 싶어 하는 당연한 마음의 법칙을 그대로 온전히 디지털과 온라인으로 옮기려 하고 있는 것일 뿐. 그러니까 내가 있는 지금 여기와 주변의 모든 것들은 현실 세계의 알고리즘에 영향을 받은 것이고, 대개는 그 결과로부터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우리 삶의 알고리즘은 우리를 지금 이곳으로 데려다 놓은 것이다.


알고리즘을 간단히 정리하면, '자동화된 추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과 사람 그리고 사물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돌아보면 내 삶의 알고리즘을 역추적할 수 있다.


'자동화된 추론'은 우리 머리와 마음에도 있다.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안에 내재된 '알고리즘'이다.


그렇다면 내 알고리즘은 과연 무엇이며, 어떤 형태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자극'과 '반응' 사이,
'알고리즘'이 있다.


1930년대 행동주의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왓슨은 자신에게 건강한 아이 12명을 맡기면 그들의 기질과 성격을 떠나 자신이 선택한 직업으로 키워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심리가 후천적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주장했다. 즉, A라는 인풋을 넣어 B라는 의도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론과 주장은 '쌍둥이'의 예시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같은 교육과 자극을 받더라도 쌍둥이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자라기 때문이다.


똑같이 생긴 쌍둥이라도, 그 둘은 각기 다른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극'과 '반응'사이에 저마다의 '알고리즘'이 있음을 밝혀 낸 것이 바로 '인지심리학'이다.

이를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란 속담을 떠올리면 좋다. 누군가에게 솥뚜껑은 그저 하나의 덮개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솥뚜껑은 살아 움직이는 자라로 보이는 알고리즘을 가진 것이다.


즉, '자극'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인지한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삶은 다양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가진 알고리즘을 돌아보고 싶다면 나는 주어진 각각의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채야 한다.


더 나은 알고리즘을 위한 방법.
'글. 쓰. 기'


상대방이 꼰대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마음의 귀를 닫는다.

"라떼는 말이야..." (자극)
(아, 또 시작이네... 듣기 싫어!) "뉘에... 뉘에...." (반응)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은 작동은 했으나 보이지 않는다.

느낄 새도 없이 자동적으로 마음의 귀를 닫는다. 이는 과거의 경험, 그날의 기분, 사회적인 정서,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 타고나거나 후천적으로 생성된 성격과 기질 등이 자동적으로 작동한 결과(알고리즘)다.


"라떼는 말이야..." (자극)
'아, 내가 이 사람을 꼰대로 규정하는구나. 도움이 되는 말이 있을 수도 있으니 우선 경청하자!' (알고리즘 인지/ 개입)
"아, 그렇군요!" (반응)


그러나, 알고리즘을 인지하거나 알고리즘이 자동적으로 작동하기 전에 개입을 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꼰대가 하는 말은 듣기 싫을 뿐이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분명 있을 테고, 아닌 것은 나중에 거르면 된다. 즉, 도움 되는 말은 수용하고 아닌 것은 잊으면 되니, 나에게 도움 되는 일이다. 게다가, 심지어는 상대가 꼰대가 아니라 진정으로 내게 조언을 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라떼'를 말한다고 모두가 꼰대는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자동적인 알고리즘에 개입하여 삶에 도움이 되는 기회를 더욱더 늘려야 하는 것이다.


'팝콘브레인'이란 첨단 디지털기기에 몰두하게 되면서 현실 적응에 둔감한 반응을 보이도록 변형된 뇌구조를 말한다.

생각 중추를 담당하는 회백질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 실제로 관찰되었다.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즉각적인 현상에만 반응하게 되면서, 주체성을 잃고 알고리즘의 큰 자극만을 따라가고 있는 게 지금 우리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면 섬뜩하단 생각이 들 정도다.


다시,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살게 된다는 걸 떠올려야 한다.

그 알고리즘을 알아채고 또 그것을 성숙하게 만드는 방법이 바로 '글쓰기'라는 것도.


글을 쓰며, 나는 하루를 돌아보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난 갈등과 화해를 조망한다.

'자극'과 '반응'사이에서 내가 선택한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은 무엇인지를 써 내려간다. '후회'와 '아쉬움'을 느끼며 그땐 이러하는 게 좋았고, 그렇다면 다음에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저러해야겠다는 다짐을 담아서 말이다.


내 글의 첫 독자는 바로 '나'다.

내가 깨닫고 결심한 그것은, 온전히 내 독자인 나에게로 사무친다. 저절로 메타인지가 되는 것이다. '쓴 나'와 '읽는 나'. '과거를 저지른 나'와 '그것을 느끼는 지금의 나'. '깨달음을 안고 더 나아질 미래의 나'까지.


글쓰기는 더 나은, 나만의 알고리즘을 구축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나는 단언한다.





얼마 전,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어찌나 그 대화가 즐거운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더불어, 나이나 배경 등도 전혀 문제가 안되었다. 나이를 떠나 배울 건 배우는 사이. 돈을 주고도 얻지 못할 설레는 통찰까지.


나는 이 사람들을 일컬어 '인사이트 메이트'라 한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우연'이라 부를까, '필연'이라 부를까.


결국, 나는 이것을 내 삶의 알고리즘이 가져온 결과라 결론지었다.


소비적인 알고리즘은 우연일 가능성이 높다.

생산적인 알고리즘은 필연일 가능성이 높다.


우연에 기대며 살 것인가.

필연을 만들며 살 것인가.


디지털 세계에서의 알고리즘은 나를 소비의 결과로 이끌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글로 써낸) 알고리즘은 이처럼 의미 있는 생산의 결과로 나를 이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오늘 내가 생각하고 써 내려가는 그 글에, 내 미래가 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과, 바라는 것들이 한가득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돈이든 명예든. 깨달음이든 후회든. 써내었다면, 이제 이루어질 것들을 기다리면 된다.


내 알고리즘이, 그것들을 내게 가져다줄 것이므로.

또는. 내가 그것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알고리즘은 작동할 것이므로.


그래서 오늘 우리의 알고리즘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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