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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25. 2024

4. 물티슈 아껴 쓰지 마라

<아빠표 101가지 삶의 지혜>

글을 쓰려 책상 앞에 앉았다.

어설픈 완벽주의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무언가 주변이 정리되면, 글이 잘 써질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갑자기 책상 청소를 한다. 물티슈 한 장을 꺼낸다. 책상을 닦는다. 모니터를 닦는다. 자판을 닦는다. 이미 물티슈에 먼지는 덕지덕지 붙어 색이 변했다. 어디 또 닦을 곳이 없을까. 의자를 닦고, 바닥을 닦고. 이 많은 걸 물티슈 한 장으로 해결했다는 뿌듯함이 몰려온다. (내친김에 서랍을 열고... 그러다 결국 글쓰기를 하지 못한 날이 꽤 여러 번 있었다.)


일주일 뒤.

아빠는 책상 위 3분이 1 정도 남은 물티슈가 말라비틀어진 걸 발견했다. 블라인더를 제대로 가리지 않아, 물티슈가 뜨거운 태양 빛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던 것이다. 한 장을 아끼기 위해 글쓰기를 뒤로하고 이것저것, 이곳저곳을 닦던 자신의 모습이 우스워보였다. 


말라비틀어진 물티슈는 집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 장을 집다가, 실수로 두 장을 꺼내면 나라를 잃은 것처럼 안타까워하며 더 닦을 곳이 없나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만, 이곳저곳에 놓여 말라가는 물티슈를 우리는 잊고 사는 것이다. 마른 물티슈에 물을 다시 넣고 사용해도 되지만, 제 기능을 기대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위생상 좋지 않다.


그러니, 물티슈 아껴 쓰지 마라.

아끼다 X 된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 아빠는 '아끼다 물티슈 된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삶에 적용시켜 보면.

아껴야 할걸 아끼지 못하고, 아끼지 말아야 할걸 아끼는 삶의 어리숙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만큼 어리석은 게 또 있을까?

시간이 없다 말하면서 짧은 동영상으로 몇 시간을 보내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면서 사랑한다는 말에 인색하고. 물티슈 한 장 아까워하면서, 여러 개의 물티슈가 집안 곳곳에서 말라가고.


다시, 물티슈 아껴 쓰지 마라.

단, 물티슈는 여러 개를 뜯지 말고 하나만 뜯어 물티슈로 하여금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해라. 두 세장 뽑아 써도 괜찮다. 깔끔하고 깨끗함을 위한 목적이라면, 물티슈도 자신의 희생을 이해할 것이다.


아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물티슈를 사용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깨끗해지는 건 비단 책상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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