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지를 엿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음을, 너희는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급히 답안지를 보는 순간, 당장의 호기심은 풀릴지 몰라도 그 답은 내 것이 아니게 된다. 틀리더라도 나의 답을 써 놓고 보는 것과 그러하지 않은 건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난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그 문제는 말 그대로 '어나더 레벨'이다. '공부'가 아닌 '삶'이다. 공부야 몇 개 틀려도, 점수가 낮아도 학생이라는 이유로 몇 번의 기회를 더 얻게 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인생 실전이다.'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학생과 어른의 가장 큰 차이는 '책임'을 진다는 데에 있다. '실전'이란 말 안엔 '책임'이 내포되어 있다.
문제는 삶엔 '답안지'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아빠가 너희보다 몇십 년을 더 살고, 아빠의 아버지를 일찍 잃고 몸소 삶을 부딪치며 얻은 깨달음이 있기에 정답은 아니라도 해답에 가까운 말을 해줄 수가 있다.
너희만의 해답지를 찾기 위해, 아래 세 가지는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한다.
첫째, (깨달음을 위한) 독서
독서는 다른 이의 답안지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세계적인 석학의 지식이나, 인류가 앙망하는 위인의 전기를 단 몇 만 원이면... 심지어는 무료로도 읽을 수가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것은 그들의 삶이자 답이다.
독서는 많이 하되, 그들을 그대로 따라 하려 하지 말고 그 안에서 너희만의 깨달음을 만들어 내라.
둘째, (직접) 경험
미국의 극작가 클라렌스 데이는 '경험이 수반되지 않은 지식은 매우 천박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독서를 많이 했다고 경험이 쌓이진 않는다. 그것은 간접적인 경험일 뿐이다. 사람은 '직접 경험'을 해봐야 한다. 엄마와 아빠가 너희에게 가능한 많은 경험의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너희도 직접 경험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 경험이 수반되지 않는 지식에 공을 들이지 마라.
경험이 많을수록 말수는 적어지게 된다.
경험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을 주의해라.
셋째, (양의, 자아의) 글쓰기
아빠는 글쓰기를 시작함으로써 인생이 변했다.
삶의 답안지를 스스로 만들어가면서부터다. 비결은 '양의 글쓰기'다. 뭐든 써라. 너희 자신으로부터 소재를 찾아라. 가능한 많은 날을 기록해라. 글쓰기는 앞서 말한 '독서'와 '경험'을 담아내는 훌륭한 그릇이다. 그릇 안에 담긴 글들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너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