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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06. 2024

2. 입을 옷이 없다고 느낄 땐 살을 빼라

<아빠표 101가지 삶의 지혜>

아빠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순식간에 살이 10kg이 찐 적이 있다.

직장에서 받은 무수한 압박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폭식으로 이어졌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아빠에게, 그것들을 (순간적으로) 위로할 수 있는 건 음식 밖에 없었다. 먹고 또 먹었다. 먹으면서도 먹었다. 그래야 잘 수 있었다. 15년도 넘은 그때를 돌이켜보면 지금 말하는 우울증이었음에 틀림없다.


살이 찌니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었다.

옆으로 누워 TV를 보는데, 어머니께서 잘 거면 들어가서 자라고 하셨다. 목에 살이 쪄 숨 쉬는데 '드르렁'소리가 난 것이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외모에 자신이 없어졌다. 입을 옷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옷은 많았는데 '입을 수 있는 옷'이 없던 것이다.


새로운 옷은 살찐 몸을 가리기 위한 용도였다.

옷의 브랜드와 맵시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살찐 가슴과 배, 엉덩이를 가리는 게 급선무였다. 여러 개의 옷을 샀다. 그러나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옷은 또다시 쌓여만 갔다. 그만큼 나에 대한 자책과 불만 그리고 분노도 쌓여 갔다.

입을 옷이 없는가. 입을 수 있는 옷이 없는가.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도 우려되었다. 생각을 바꿨다. 우울함을 극복해야 했다. 직장에선 불어 터진, 그로 인해 어둑어둑한 얼굴을 보고 업무를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내가 봐도) 없었다. 출근하면 화장실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했다. 손가락으로 입가를 위로 끌어올렸다. 걷기나 러닝은 지루해하는 나를 잘 알기에, 스쿼시를 시작했다. 3개월 만에 15kg을 뺐다.


정신 차리고 보니, 두 가지가 바뀌어 있었다.


첫째.

회사에서 웃는 날이 많아졌고, 인간관계가 넓어졌으며, 성과가 좋아졌다. (거짓말 좀 보태면, 회사에 나가는 게 즐거울 정도였다.)


둘째.

입을 옷이 많아졌다. 새로 산 게 아니라, 가지고 있던 어떤 옷을 입어도 몸에 착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 입을 수 있는 옷이 많아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살은 잘 빠지지 않는다.

요즘도 간혹 옷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인터넷 쇼핑을 하기보다 몸부터 살핀다. 과연 그렇다. 입을 옷이 없는 게 아니다. 입을 수 있는 옷이 없는 것이다. 저녁 7시부터는 금식. 공복을 느끼려 노력한다. 단 일주일만 하면 된다. 일주일만으로도 효과는 대단하여, 다시 '아, 옷이 많구나...'를 깨닫게 된다.


입을 옷이 없다고 느낄 땐 살을 빼라.

더 나아가, 입을 옷이 없다고 느낄 땐 쇼핑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아라.


입을 옷이 없다는 건, 어쩌면 자신을 돌아보라는 아주 고마운 삶의 신호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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