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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01. 2024

화장실에 휴대폰을 가지고 가면 안 되는 이유

<스테르담 메타버스보다 에고버스>

화장실에 들어가 다리가 저려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휴대폰 때문이다. 온갖 정보와 시간을 가늠할 수 없게 하는 짧은 동영상들. 볼 일이 다 끝났는 데에도 휴대폰 삼매경은 끝날 줄 모른다. 안다, 이것이 조금의 위안인 걸. 더더군다나 직장이나 공동체 생활을 하는 상황이라면, 자신만의 아주 잠깐의 시간이 절실할 것이다. 군대에 있을 때, 화장실에서 몰래 초코파이를 먹었던 것도 그렇다. 작은 파이 하나에 대한 욕망과 집념이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에 여유롭게 진정한 맛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남들과 뒤섞여 허겁지겁 먹는 열 개의 초코파이보다, 오롯이 혼자 맛을 음미하며 넘기는 초코파이가 더 맛있고 의미 있는 법이니까.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스스로를 위한다고 하는 일들이 실상은 자아에 피해를 주거나,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하는 주된 이유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보내려는 의도다. 우리는 대개 볼일 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 시간을 고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까 볼일 보는 시간에 뭐라도 다른 걸 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휴대폰이다. 휴대폰은 우리 몸에서 떨어질 새가 없고, 그곳엔 저린 다리와 흐르는 시간을 잊게 하는 강한 마력이 있다.

휴대폰이 아니라, 생각의 유영을 할 것


그런데, 그것이 정말 자신을 위한 일일까?

무의미한 시간을 의미 있게 바꾸는 것일까? 하루 중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나 돌보는가. 내 정신과 몸과 마음을 추스르거나, 지긋이 바라보는 시간은 얼마나 있는가. 


어느새부턴가 나는 화장실 갈 때 휴대폰을 가지고 가지 않거나, 가지고 가더라도 그것을 꺼내어 보지 않는다. 


할 게 없다.

할 게 없으니 자연스레 생각이란 걸 하게 된다. 잠깐이라도 사색을 한다. 몸의 상태도 느낀다. 볼 일이 끝나서가 아니라, 영상이 끝나서 일어나던 허겁지겁함도 사라진다.


화장실은 일을 보는 곳이다.

휴대폰을 보는 곳이 아니다. 괜한 시간을 더 앉아 있으며, 다음 사람에게 피해가 가기도 한다. 아니, 타인에게 해가 되기 전에 나 자신에게 먼저 해가 온다. 저려오는 다리, 하루 중 잠시의 시간도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는 혼란함. 소비되고 소모되는 몽롱한 정신. 


나와 관련하여, 그 어떤 것도 의미 없지 않은 일은 없다.

화장실은 혼자 있는 곳이다. 혼자 있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이 각박한 시대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자아의 건강도는 좌우된다. 볼일 볼 때 필요한 건, 세상의 모든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다. 아주 짧더라도 자아를 돌아보는 것이, 진정한 화장실에서의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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