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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27. 2024

오늘의 알람이 나를 규정한다.

<스테르담 중년과 에세이>

어른이 된 건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다.

삶의 쓴 맛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더 그렇다. 담배는 입에 맞지 않고, 술은 나에게 역하기만 하고, 커피의 쓴 맛도 나는 즐기지 못한다. 누군가 나에게, 소위 말해 초딩 입맛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인생의 쓴 맛에 비유되는 이 세 가지를 즐기지 못하니, 나는 내가 어른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모두 뒤로 하고 나를 강하게 규정하는 한 가지가 있다.

이것으로 인해, 나는 어른의 탈을 잽싸게 쓸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마음에 피터팬과 팅커벨이 날아다녀도, 나는 정녕 어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아무리 어리숙한 척해도. '그것'이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내 몸의 세포와 영혼은 곤두선다.


그것은 바로 '알람'이다.


알람은 사람으로 하여금 화들짝 하게 한다.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도록 우리가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알려 주는 문명의 이기 같지만 그것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정신을 지배한다.


알람을 맞췄다는 건, 일어나야 할 시간과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그곳은 직장이다. 그러니까,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면, 나는 아주 잠시 꿈을 꾸는 자유로운 영혼이었을지라도 어서 빨리 현실로 귀환해 내 가장 두꺼운 페르소나를 뒤집어써야 한다. 그리고, 그 가장 두꺼운 페르소나는 먹고사는 것과 아주 깊게 연계되어 있다. 그 무거움으로 하루의 시작이 버겁지 않을 수 없지만, 먹고살기 위해 어디론가 갈 곳이 있다는 걸 나는 긍정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 가장 먼저 울리는 알람은 언제나 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외로워하지 않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잠든 가족을 뒤로하고 나서는 문 어귀에서 나는 오히려 마음이 흡족하다. 나에게 주어진 그 어떠한 숙명이라는 것에 대해, 나는 그저 무겁게 긍정하기로 한다. 그 마음은 다짐과 체념, 그 두 가지를 모두 포용한다.


알람 소리는 감미로울 수 없다.

아무리 좋아하는 노래로 알람 소리를 설정하더라도, 알람이 울리는 그 순간 우리는 모두 곤두설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분명한 건. 그 알람은 나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번뜩이게 알려 준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그 깨달음은 달콤하지 않다.

고로, 나에게 알람은 그렇게 쓴 맛이다. 

그리고 그 쓴 맛과 함께 나는 하루를 버티고 또 살아 낸다.


내가 어른인지 아닌지 헷갈려할 틈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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