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자아를 찾아가는 글쓰기>
때로 어느 하루는 전쟁과도 같다.
총이 있어야만 전쟁이 아님을 삶은 늘 나를 상기시킨다. 전쟁은 어느 존재들의 싸움이다. 나와 타인. 세상과 나. 심지어는 나와 나의 싸움. 무엇을,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모를 하루가 지나면 나는 늘 전쟁터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아 눈을 껌뻑인다. 이유도 모를 전쟁에 참전한 나는, 삶 그 자체가 답답하고 버겁다. 준비도 채 되지 않은 채,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르면 전쟁은 지속된다. 고요함과 평안함이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기어서 침대에 올라야 하는 힘겨움 속에서도, 기어이 책상에 앉는다.
글을 쓰기 위해서다. 삶은 전쟁이라고 하지만, 글을 쓸 시간과 여유는 늘 상존한다. 하지 못하는 건 나약한 내 의지일 뿐. 전쟁 속에서도 사랑은 지속되고, 생명은 잉태하며, 예술은 글과 그림으로 승화되지 않는가.
총이 없는 전쟁이라 하지만, 이미 수 없이 마음속에 박힌 총알들을 덜어 내며 나는 동요한다.
흔들리는 그 마음을 잡아 주는 건 다름 아닌 글쓰기다. 글 쓸 때가 마음이 가장 편하다. 각박한 삶 속에서 이러한 시간은 나를 위해 꼭 필요하다. 장전은 못하더라도, 상처를 치유하고 내일의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나를 돌아보고, 나를 보듬고. 결국,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글을 써 보니, 이제는 좀 알겠다.
삶은 전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싸우지 않아도 살아낼 수 있다는 걸. 멱살을 잡은 건, 다름 아닌 나였다는 걸. 타인과의 갈등도, 어쩌면 내 울분을 전가한 허공에 삿대질을 하는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손해 보며 살자고 생각하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악착 같이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어쩌면 나 자신을 스스로 전쟁이라는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는지도 모른다.
하루 중, 어느 시간은 반드시 마음이 편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도 충전이 된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좋다.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나 느낌이 잠시라도 스친다면, 그러하면 된 것이다.
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마음을 편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찰나의 순간이라 하더라도 마음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요쇄와 같다.
더 이상, 가슴에서 총알을 덜어 낼 일이 없다.
아니, 총알은 활자가 되어 나를 치유하고 오히려 더 강하게 한다.
글쓰기의 힘이다.
글을 쓰는 자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