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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17. 2024

나의 글쓰기 장소: 비행기

<스테르담 글쓰기>

고도가 높은 곳은 적막함이 가득하다.

사람이 스스로 오르지 못할 고도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은 날개가 있는 문명의 이기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여독에 허우적대는 사람들은 이미 잠에 든다.

적막함은 더 적막해지고, 공기를 가르는 소음과 고요한 분위기가 나로 하여금 상념에 젖어들게 한다.


이때다.

글감이 새어 나오는 순간. 


갑자기 손이 근질하고, 무어라도 써야 한다는 강박이 고요 속의 외침이 되어 들려온다.


비행기 안에서 열 시간이 넘게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불편한 몸을 감당하며 보내야 하는 시간이 호락호락할리 없다. 과연, 정신 승리가 필요할 때다.


자판을 꺼낸다.

휴대폰에 연결한다. 고요 속의 적막은 때로 자유를 가져다준다. 와이파이가 없는 곳. 육지의 번잡스러움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는 곳. 이곳에서 쓰는 글은 허공의 뜬구름과 같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평소라면 쓰지 않았을 단어와 표현들.


출장이라며 진저리가 날만큼, 세계 곳곳을 다니고 있지만 나는 그 수많은 공중에서의 시간에 쓴 날보다 쓰지 않았던 시간이 더 많았음을 아쉬워한다. 


일종의 후회랄까. 


그러나 나는 후회라는 단어를 과거라는 시제에 박제하고 싶지 않다. 후회란 말의 시제를 미래로 바꾸면, 그것은 다짐이 된다. 아쉬움과 후회는 마음을 새로 고쳐먹는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지난날의 쓰지 못함에 대한 후회는, 그러니까 더 많은 글을 써야겠다는 앞날에 대한 의지로 승화하는 것이다.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면.

그 시간이 꽤 긴 시간이라면.


글 쓸 준비를 해야 한다.


적막함이 도와줄 것이다. 

고요함이 많은 걸 들려줄 것이다.


일상에서 떠올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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