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에세이>
'나일리지'란 말이 있다.
'마일리지'에 빗대어, 나이가 쌓여감을 표현하는 말이다. 대개 마일리지는 하나의 특권이 된다. 마일리지가 많다는 것은 그마만큼 돈을 썼다는 이야기이거나, 경험치가 쌓였다는 걸 말하기 때문이다.
나이도 그러할까?
마일리지처럼 쌓일까? 그 답을 하기 전에, 공통된 정서를 짚고 넘어가 보자면 우리는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것이 특권이며, 더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늘 그렇듯, 이것은 진리가 아니다. 진리가 되려면 100% 맞거나, 100%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해 아래 완벽은 없다.
나이를 특권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비율만 달라질 뿐, 팽팽한 갈등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재밌는 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언젠가 '나일리지'의 세계로 입문한다는 것이다.
(나처럼) 나이를 특권으로 생각하다가 그것이 그저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양립의 세계 중간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겠다.
나이는 마일리지처럼 쌓이는가? 나는 중간 입장이라고 이미 말했다. 쌓이는 것도 있고, 쌓이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나 하나의 결론을 내야 한다고 묻는다면, 나이는 쌓이지 않는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왜일까?
사실, 우리는 나이와 함께 잃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무엇을 잃는가?
건강을 잃는다. 사람을 잃는다. 열정과 패기를 잃는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죽음에 가까워지지 않는가. 죽음에 가까워지는 존재에게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있을 리는 만무하다. 죽음을 맞이하면 영혼의 행방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우리네 몸은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삶은 분해되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분해되는 존재에게 무언가 쌓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무언가 쌓여, 나를 나타내어 줄 것이 있을 거란 착각을 버리기로 한다.
나이가 특권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리하면, 잃고 있는 것들을 인지하게 될 것이고, 그들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다. 대개, 사소해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우리는 착각에 매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이는 절대로 쌓이지 않는다.
삶은 분해되어 가는 과정이다.
오늘은 무언가, 조금은 더 홀가분해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