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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08. 2024

끈적끈적함을 잘 참는 법

<스테르담 에세이>

몸이 으슬으슬 해 차 한잔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모마일 차에 꿀 한 스푼을 넣어야지. 꿀통을 잡은 순간, 내 손에 끈적함이 전해져 왔다. 차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나는 어서 빨리 이 끈적끈적함을 씻어내야겠다는 생각에 골몰했다. 손을 씻고, 다시 준비하는 동안 꿀은 또다시 내 손에 범벅이 되었다. 조심히 꿀을 뜬다고 하지만, 어찌 되었건 꿀은 끈적함을 반드시 남긴다.


그저 차를 다 준비하고, 마지막에 느긋하게 손을 닦으면 되는 일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원치 않는 것들이 덕지덕지 붙는다.

그 점성은 생각보다 세다. 게다가 미처 다른 것을 씻어 내기도 전에 달라붙는 것들로 인해, 삶은 소스라치게 어려운 것으로 전락한다. 한시라도 끈적함을 씻어내고픈 마음은 조급함으로 변질되고, 조급함은 수많은 삶의 기회를 그르치고 만다. 앞서 말했듯, 하던 거 다 하고 씻어내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당장 끈적함을 없애야 한다는 강박은, 유쾌하지 않은 느낌으로부터다.


나는 끈적함이 참 싫다.

그 느낌을 좋아할 사람들이 있을까. 입 안에서 끈적이는 미각의 끈적함은 유쾌하지만, 손이나 옷에 묻는 끈적함은 그러하지 못하다. 아마 나 말고, 다른 많은 사람들 또한 끈적함이 엄습할 때, 재빨리 씻어내야 한다는 강박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깨닫는 건.

끈적함으로 덕지덕지 무언가가 붙는 삶의 원리를 나는 어찌할 수 없고, 그것을 떼어내야겠다고 조급해하는 순간 끈적함... 아니 그것을 씻어내야 한다는 생각은 삶의 방해가 된다. 목적과 본질을 잃게 만들어 방황하게 한다. 불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게 한다.


끈적끈적함을 안고 갈 수 있는, 그러니까 그것을 잘 참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끈적끈적함을 잘 참는 법은 무엇일까? 인내하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언젠간 곧 그것을 씻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다. 대개 불안과 공포는 인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래가 없다고 생각할 때 군대와 같이 몰려온다. 조금은 느긋하게, 하던 일 다 마무리하고 씻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끈적함이 끈덕지게 달라붙어도 '지금'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는 것이다.


'지금'.

어쩌면, 끈적함이 노리는 건, 지금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지금'을 잊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야 한다. 반대로, 그 어떠한 방해에도 '지금'을 온전히 누리는 사람들은 삶을 꽤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


'지금'이라는 것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보면 어떨까.

끈적함이 삶에 방해만 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내 생각이, 그렇게 삶의 방해가 되는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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