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에세이>
요즘 나는 가방에 미쳐있다.
정확히 말하면 백팩이다. 전 세계를 가로지르는 출장과 일정이 많으니, 어떠한 백팩을 보면 자연스레 이동할 때의 모습이 떠오르고 이 백팩이라면 조금은 더 실용적이고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상상은 결제창을 통해 현실이 된다.
이미 쌓인 가방은 집안 절반의 것을 담아내고도 남을 만큼 그 위용을 자랑한다.
'이거 멋있지? 출장 갈 때 좋을 것 같지 않아? 저번거랑 이게 다르고, 저게 다르고... 이게 개선되었고...'
아내는 내 이러한 모습에 핀잔을 주거나 반대를 하지 않는다.
'오빠가 사고 싶으면 사야지...'
언제든 원하는 대로 하라는 주의다.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적어도 내가 알기론.)
다만, 내가 보여주는 가방들의 차이점을 모를 듯.
마치, 내가 아내의 백과 옷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매장에서 예쁜 가방을 보고 '내가 어떻게 얘를 데려가지 않을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때로, 어떤 사물은 사람에게 말을 걸어온다.
지금도 다양한 가방이, 출장길에 함께 할 순서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도 긴 여정 중에 있다. 이번에 함께하는 녀석은 한 달 전 구매한 백팩이다. 크고 다양한 수납력으로 장기 여행에 제격이다. 괜스레 마음이 든든하다.
때론 이렇게 사물에게도 위로를 받는다.
그 마음이 감성으로 구매하고 이성으로 합리화하는, 자기 합리화의 과정일지라도.
그런데, 아내는 왜 내 가방들의 차이점을 모르는 것일까.
이게 다르고.
저게 다른데.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