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에세이>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의 부재로, 나는 목욕탕에서 어느 어른의 등을 밀어준 적이 없다.
어찌 보면 그것은 수순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혈기왕성한 아빠라는 존재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세상과 분투하며, 그렇게 노쇠해 가는 동안 아이는 자라 아빠의 혈기왕성함을 따라가는 것.
대개 노쇠함은 옷으로 가려지지만, 실오라기 하나 없는 목욕탕에선 노쇠함의 정도가 더 선명해진다.
광활한 벌판같이 넓디넓은 아버지라는 존재의 등판은 좁아질 것이다. 그건 노쇠함과 장성함의 상대적인 결과다. 누군가는 늙어 가고, 누군가는 성장하고. 광활한 벌판은 누군가의 내달림을 위해 그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목욕탕을 함께 가려 한다.
초라해지는 내 몸을 보여주고자 한다.
광활해 보이는 등판이, 얼마나 빠르게 초라해지는지를.
너희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전보다 더 노쇠한 몸을 보여주어야 하는 날이 온다는 걸.
속절없는 시간 앞에 몸과 마음은 더욱더 겸손해져야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큰 어른이 왜소해지고.
작은 아이가 거대해지는.
삶의 흥망성쇠를 알고.
너무 자만하지도 않고 또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라는 뜻으로.
초라해져 가는 내 몸이 부끄럽지 않다.
한 뼘 더 자라나는 아이들의 몸에 나는 안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