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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10. 2024

17. 여행 10 계명

<아빠표 101가지 삶의 지혜>

1989년 1월 1일을 기해서 ‘여행자유화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니까 그전에는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없었다는 말. 관광 여권은 83년에야 처음 생겼고 발급 나이는 50세 이상으로 제한되었다. 게다가 관광 예치금 명목으로 200만 원을 납입했어야 했다고 하니, 당시 해외로 나갔던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지금은 어떨까? 최근 일 년 단위, 해외로 나가는 사람의 수는 (중복 포함) 3,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80년대 연간 해외 출국자 대비 60배가 넘는 수치다. 이것을 누적으로 생각해 보면, 중복 수치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 이미 온 국민이 몇 번씩을 해외에 다녀왔다고 할 수 있다.


굳이 이러한 수치를 들이대지 않아도 우리는 몸소 느끼고 있다. 일이 힘들거나,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우리는 “아, 여행이나 갈까?”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누군가는 경험과 재미를 위해, 또 누군가는 기분 전환을 위해. 추억과 낭만, 자신을 위로한다는 이유로도. 그래서 여기저기엔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들로 한가득이다.

‘여행’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닌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여행 이야기가 나왔으니, 너희에게 여행에 대한... 아빠가 생각하는 10 계명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려 한다.


첫째, '여행'과 '관광'은 구분해라.


여행의 목적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나중에 보지도 않을 유명한 곳의 사진을 숙제하듯 찍고 오는 것 이상의 것을 하라는 이야기다. 너무 무거워도 안되지만, 너무 가벼워도 안된다. 관광의 의미가 덜 하다는 게 아니다. 그 둘을 구분하여 목적을 달리하라는 이야기다. 관광해야 할 때 여행하고, 여행해야 할 때 관광하지 않도록.


둘째, 화장실은 갈 수 있을 때 가라.


해외의 화장실 인심은 생각보다 인색하다.

우리 가족이 유럽과 중남미에 주재할 때를 생각해 보자. 어디든 돈을 받는다. 그나마 중남미가 유럽보다는 화장실 인심이 후했다. 너희가 꼬마시절, 아이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다급함을 이야기했음에도 냉정하게 화장실이 없다고 말하는 유럽 어느 상점의 직원 얼굴을 아빠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럼 당신은 어느 화장실을 쓰는가라고 물어도, 그저 없다고 말하는 인색함의 온도가 그리도 차가웠다.)


그러니 화장실은 갈 수 있을 때 꼭 가라.

가야 할 때 가면 곤욕일 수 있다.


셋째, 여행은 가슴 떨릴 때 가라. 다리 떨릴 때 말고.


여행과 관광을 구분하는 법은 많이 다녀보는 것이다.

처음 여행은 부모와 함께 한다. 그때 시야를 넓혀라. 감사하게도 우리 가족은 아빠의 해외 주재로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었다. 이제 너희의 가슴이 곧 떨릴 때가 올 것이다. 떠나라. 경험해라. 맛보고 즐겨라. 그리고 자신과 일상을 돌아봐라. 다리 떨릴 때 말고, 가슴 떨릴 때.


넷째, 비행기 탈 땐 겉옷을 꼭 챙겨라.


지상의 날씨가 어떻든, 비행기 탈 때 겉 옷을 반드시 챙겨라.

비행기가 계획된 고도로 비행할 때 기내 온도는 보통 22~26도로 유지된다. 그러나 습도가 낮고, 몸은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되면서 체감 온도는 더 내려간다. 특히나 잠이 든 경우, 체온은 더 내려가게 되어있다. 분주하게 비행기에 올라탈 땐 덥다고 느껴지겠지만, 이내 곧 추워진다는 걸 명심하고 겉옷을 챙기고 제공되는 담요를 잘 활용해라.


다섯째, 호텔에서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Zoning(구역설정)을 해라.


아빠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출장을 다닌다.

이젠 호텔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어느 호텔 체인은 집같이 느껴질 정도다. 익숙해서일까. 간혹 아빠도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호텔에 놓고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십중팔구 'Zoning(구역설정)'을 하지 않은 경우다. 구역설정은 내 물건을 놓고 쓸 공간을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상이나 세면대 그리고 소파를 설정하면 내 물건은 그곳에만 둔다. 체크아웃할 때 물건이 이곳저곳에 있으면 그것이 익숙해져 그냥 놓고 오는 경우가 있다. 설정한 구역에만 짐을 놓고, 떠날 땐 그 구역을 우선으로 점검해라. 확실히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여섯째, 해외에서 결제 시에는 현지화로 해라.


해외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무언가를 구입하여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현지화 또는 원화 중 하나를 고르도록 되어 있다. 

이땐 현지 화폐로 결제해라. 이중환전 수수료 발생 방지를 위해서다. 또한 환율 변동에 다른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해외 원화결제를 선택할 경우 현지 통화에서 달러로, 다시 원화로 두 번 환전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이나 카드사가 부가하는 수수료가 발생하여 최종 금액이 더 비싸질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지화 환율은 결제 시점의 실시간 환율이 적용되지만 원화로 할 경우 청구 시점의 환율과 괴라가 발생할 수 있다.


일곱째, 그 나라의 기본적인 언어는 배우고 가라. (번역기에 너무 기대지 말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실제로 그것을 말해볼 수 있는 여행은 얼마나 설레는가. 너무 많은 단어와 문장을 구사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이 어설프게라도 몇 마디 건네는 모습이 오히려 더 기특한 것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우리는 받아들여질 것이다. 


특히, 인사와 감사 그리고 미안하다거나 실례한다는 말은 기본이다.

여기에 물건을 살 때 가격을 흥정할 수 있는 몇 마디는 필수다. 가격을 깎는 목적 외에 즐거운 아웅다웅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영어 메뉴가 없는 로컬 식당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개략적인 음식 메뉴도 파악을 하는 게 좋다.


번역기가 있는 세상이지만, 막상 닥쳐서 사용하려면 이래저래 분주하고 정신이 없을 수 있다.


여덟째, 새로운 풍경이 아닌, 새로운 관점을 가져라.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는 것이다.

낯선 곳의 나와 새로운 곳이 주는 괴리감. 그 사이 사색의 장이 펼쳐지고, 식견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 보이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또 같아 보이는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는 것은 그야말로 여행이 주는 선물이자 축복이다.


아홉째, 돌아올 곳이 있기에 여행은 성립된다.


돌아올 곳이 없다면 그것은 방랑이다.

우리는 일상을 지겹고 반복적인 단순함으로 치부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일상이 있기에 우리는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돌아와, 일상을 다시 봐라. 무언가를 찾으려 떠난 여행에서 돌아와, 내가 찾던 것이 일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열째, 가족 여행은 기적과 같은 것이다. 갈 수 있을 때 함께 가라.


가족 여행이 가능하려면 수많은 변수와 조건이 한데 모여야 한다.

가족을 이루려면 두 사람이 호감을 가지고 사랑으로 이어져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을 하여 아이를 갖게 되고. 아이를 키워 어느 정도 걷기가 가능해지거나 장성하게 만든다. 경제적으로 어딘가로 떠날 돈이 있어야 하고, 가족 구성원이 지켜내는 단단한 일상이 있으며 직장인과 학생이라는 일과에서 벗어난 날짜를 맞추고, 모두의 건강이 뒷받침된다는 조건. 


가족 여행은 이처럼 긴 시간의 역사를 내포하는 기적과 같은 결과물이다.

갈 수 있을 때 함께 가라. 가족 여행은 생각보다 놀라운 것이다.




삶은 어쩌면 그 자체로 여행이다.

여행자로 만난 가족이라는 운명 공동체가 떠나는 또 다른 여행은 얼마나 아름답고 놀라운 것인가.


너희만의 여행도 아빠는 진심으로 후원하고 응원한다.

떠나고 즐겨라.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새롭게 바라보는 연습을 함께 해라.


너희만의 여행 10 계명을 만들어, 너희 아이들에게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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