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과연 무엇일까
숙제를 잘 풀어나가려 노력했더니, 인생 캐릭터로 돌아온 것 같아요.
- 20년 무명을 이겨낸 법 배우 지승현 편 -
인생엔 수많은 숙제와 과제가 있다.
아니, 인생 자체가 숙제다. 우리는 숙제에 치를 떤다. 학생 때부터 형성된 본능적 거부감이다. 숙제는 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다. 제출해야 할 시간이 있고,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때로 숙제는 점수로도 돌아온다. 평가받고, 채점당하는 사이 숙제는 정말 하기 싫은 것으로 결론 난다.
인생의 숙제는 더 가혹하다.
제출해야 할 시간도 없고, 그렇다고 잘했는지 그러하지 않은지에 대한 평가도 없다. 온전히 모든 걸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책임져야 할 일들이 시시때때로 몰려온다.
대체 인생이란 숙제는 누가 낸 것일까?
숙제에 대한 답이 있는 거긴 할까? 어떻게 제출해야 우리는 덜 고통스럽게 살 수 있을까?
화려해 보이는 배우의 이면엔 역시나 무명이란 긴 세월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일기로 기록했다.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탈락하고,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한 것들이 그대로 기록되었고 그 기록은 반복을 거듭했다.
그러한 글이 반복된다면, 적는 이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대로 포기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허공에 대고 삿대질을 해도 무방하다. 나는 그의 감정과 처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세상이 주는 부조리는 숙제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왜 이러한 일이 내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면, 처참해지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가 말했다.
숙제를 잘 풀어나가려 노력했다고.
풀어나간다는 것은 '과정'을 이야기한다.
숙제를 끝냈다고 말하지 않는, 아니 못하는 그의 말에서 나는 우리네 인생을 떠올렸다. 눈 감기 전까지, 숨을 멈추기 전까지. 우리는 숙제를 계속해서 해 나갈 것이다. 중요한 건, 주어진 숙제에 얼마나 전념을 다 하느냐라는 것이다. '지금'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주어진 숙제를 그저 잘해나가는 착한 학생.
그러나 꾸역꾸역 끝내려 하기보단, 숙제의 의미를 헤아려 다음 숙제를 준비하는 지혜로운 학생.
숙제의 끝을 바라기 보단 그것엔 끝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현명한 학생.
우리는 어떤 학생인가?
나는.
그리고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