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삶이란 부조리극>
복부에 경련이 일어나 허리를 펴지 못할 만큼 아팠던 적이 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진통제를 먹었고, 그럼에도 고통은 가시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고통이 조금은 사그라들게 되었다. 안도했다. 그러나 이내 억울함이 몰려왔다. 고통 속에서 안도를 하다니. 애초에 고통스럽지 않았다면 안도할 일도 없었을 텐데.
조금 더 확대하여, 삶이란 게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숨 쉬는 존재가 되지 않았다면 고통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닌가. 자궁을 벗어나 탄생이라는 허울에 겹겹이 쌓인 우리는, 어쩌면 삶이란 고통 그 자체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울면서 태어났을 것이다. 울지 않고 태어나는 존재는 없다.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며, 근본적인 의미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은 '고통의 부조리'다.
고통이 덜 해지면서 느끼는 안도는, 애초에 고통을 느끼지 말았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면 부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삶은 '부조리의 고통'으로 가득하다.
인생은 무의미하고, 언젠간 죽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운명 앞에 철저히 나약해지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쳐 너덜너덜해진 자아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부조리는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 의미를 알 수가 없고 의미를 알 수가 없으니 삶의 영문을 도통 이해하지 못해 순간의 행복과 슬픔에 일희일비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의미가 없다는 건 고통 그 자체다.
고통을 느끼는 존재는 덜 고통스러움에 안도한다.
안도하는 순간, 왜 우리는 고통을 느껴야 하는지 그 원초적인 질문을 잊고 만다.
질문을 잃은 존재는 부조리에 시달린다.
부조리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 너덜너덜해진다.
너덜너덜해진 존재에게 의미란, 과연 의미가 있을까?
고통은 부조리를 양산하고.
부조리는 고통을 양산한다.
삶은 고통이다.
삶은 부조리다.
고통의 부조리와, 부조리의 고통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우리네 들숨과 날숨같이.
- 라이프 인사이터 스테르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