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브런치는 거대한 일기장일까, 소박한 작품집일까. 이렇게 묻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를 고르라는 형태의 질문은, 그 둘 모두가 답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고로, 브런치는 거대한 일기장이기도 하고, 소박한 작품집이기도 하다. 반대로, 소박한 일기장이면서 거대한 작품집이 되기도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며 맞이한 또 하나의 페르소나는 소박하지만 거대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브런치에서 만나는 글들은 생생하면서도 생경하다.
생생하다는 건 누군가의 삶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고, 생경하다는 건 내가 모르는 삶이 글로 친절히 설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생함과 생경함.
모두 브런치의 매력이다.
브런치 첫 페이지엔, 오늘도 생생함과 생경함이 가득하다.
누군가는 항암이라는 말을 내걸고 병마와 싸우고 있음을 생중계하고, 또 누군가는 퇴사 후의 삶을 조명한다. 생에 처음으로 마라톤을 완주한 이야기, 공무원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적은 글도 있다. 이 글들은 지금의 내 삶과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삶의 한 치 앞을 누구도 모른다. 생경함이 내 것이 되면 생생함이 된다. 그제야 맞이하는 생생함은 생경함이 되고, 생경함은 삶을 당황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먼저 그 길을 갔고, 글로 남겨 놓았다. 생경함이 두려움이 되지 않는 건, 어디선가 봤던 글과 누군가의 경험 고백 덕분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독서의 순기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브런치 글들을 읽다 보면,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읽게 된다.
나는 그게 참 좋다. 어쩌면 내 삶에 없을, 일어나지 않을 것들에 대해 읽는 건 삶의 지경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기에, 알지 못하는 삶이 생경함으로 다가올 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축이 되기도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내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건 아주 좋은 일일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다가오는 모든 걸 묵묵히 받아내는 마음.
그 마음을 잘 정리하여 글로 써내는 자세.
그리하여 삶의 순간순간을 감사함과 지혜로움으로 남기는 태도.
읽고 쓰고.
쓰고 살고.
살고 읽고.
나를 읽고.
나를 쓰고.
나를 살고.
오늘도 써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