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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듯이 쓰고 쓰듯이 말한다.

<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by 스테르담
말하듯이 쓴다.


글쓰기를 배운 적 없고, 꾸준히 무언가를 쓰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글쓰기가 내 삶으로 찾아왔다.

돌이켜보건대 그건 스스로 숨을 내어주기 위한 생존의 발버둥이었고, 육체가 아닌 영혼의 실낱같은 희망이었으며, 세상엔 굳이 무언가를 소비적으로 소모하지 않아도 오히려 무언가를 생산해 낼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글쓰기는 쉽지 않은 무엇이다.

매일 쓰려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글이 매일 잘 써지는 건 아니다. 글을 쓰는 건 바로 '나 자신'이기에, 언제나 스스로에게 솔직하란 법은 없으며 자신에게조차 떳떳하지 않은 날이 한 움큼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글감과 제목이 떠오른다 해도 그것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먼저 피어오르면 글쓰기는 그대로 멈춘다.


그럴 때, 내가 쓰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앞에 누군가를 앉혀 놓는 것이다. 그건 나 자신일 수도 있고,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잘 들어줄 가상의 누구일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말하듯이 쓴다.


차근차근, 조곤조곤, 상대방을 배려하며.

그러나 조리 있게, 강조할 곳은 강조하며 물 흐르듯 이야기하는 걸 떠올린다. 때론, 강의를 하는 연단에 선 나를 상상하기도 한다. 그렇게 말하듯이 쓰면, 그저 쓰자고만 했을 때보다 조금은 더 술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고 그걸 활자로 잡아챌 수가 있다.


쓰듯이 말한다.


글을 쓰며 아주 놀라운 무엇 하나를 발견했다.

'말하듯이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쓰듯이 말한다'라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더 들어가며 느낄 것이다.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말을 아껴야 한다는 것을. 말을 가려가며 해야 한다는 것을. 물론, 글을 쓰면서 생각과 마음이 많이 정화되었다. 확연히 이전보다는 더 행복해질 일이 많아졌고, 나 자신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쓰듯이 말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자극'이 오면 바로 '반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소위 말해 필터를 거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해댔다. 아무리 그게 옳은 말이라고 해도, 그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중요한 건 내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바를 전하는 것이다.


조급함이 앞서면, 사람은 감정적으로 변하고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상대방은 듣지 않는다.

또한, 내 사회적 명망과 평가는 떨어지게 된다. 즉, 내가 원하는 바를 얻고 싶다면 옳은 말을 옳지 않게, 옳지 않은 말을 옳게라도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결은 간단하다.

'쓰듯이 말하는 것'이다.


말하기 전에, 또는 말을 하면서조차도 나는 내 감정과 생각 그리고 입술에 집중한다.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 이 말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후에 일어날 반응과 향후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확실히 '글쓰기'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서의 방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자극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경기 일으키듯 반응하면 사회적으로 퇴보할 가능성이 높다. 부적응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행복하지 않은 날이 더 많아질 거능성이 높다.


말하듯이 쓰고, 쓰듯이 말하는 건 언뜻 상반되어 보이지만, '글쓰기'라는 것이 그만큼 삶의 속도를 잘 제어해 주는 아주 좋은 수단이란 걸 알려 주는 비밀이기도 하다.


속도를 내어야 할 때 느리고.

느려야 할 때 속도를 내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그렇게 글쓰기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생존의 가능성을 높여 준다.


중요한 건, 그래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속도는 중요치 않다. 말하듯이 쓰고, 쓰듯이 말하는 것의 중요성 사이. 공통분모는 '쓰는 것'이란 걸 이미 눈치챈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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