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쓰다. 나를 읽다.>
깐꾼은 늘 온화한 날씨로 설렘을 안고 찾아온 온 세계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3번째 방문이지만 한껏 들뜬 기분은 그대로다. 북적북적한 공항이 벌써 우리 가족을 관광객으로 탈바꿈시킨다. 각국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푯말을 든 택시 드라이버들은 연신 목청을 높여 애타게 사람을 찾는다. 아직 택시를 잡지 못한 사람들에겐 택시 회사 직원이 호객을 한다. 어느 관광지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어쩐지 깐꾼의 그것은 좀 더 생동감 넘친다.
깐꾼은 'All Inclusive' 리조트로 유명하다.
모든 식당과 바(Bar)가 오픈되어, 먹고 싶은 대로 마시고 싶은 대로 마실 수 있다. 중간중간에 있는 초콜릿이나 빵, 아이스크림도 모두 포함되어 있어 계산할 필요가 없다. 방에선 언제든 룸서비스를 원하는 대로 요청할 수 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리조트는 바다를 마주한 풀(Pool)로 둘러 싸여 있다.
카리브해가 저 멀리 보이는데, 몸은 짜지 않은 수영장물에 담가져 있다. 한국에서 왔다면 비용 출혈이 컸겠지만, 멕시코 시티에서 주재하다 보니 정확히 반 값으로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다. 연휴나 연말을 맞아 특별히 갈 데가 없으면, '깐꾼이나 가자'라고 말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제주도로 가는 정도라고나 할까.
하늘은 푸르고.
새는 날아다니고.
원할 때 먹고, 원할 때 자고, 원할 때 수영할 수 있는 곳에서.
문득, 나는 불안을 느낀다.
깐꾼의 바다는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마음의 소란은 근원적인 것이니까. 잠시 잠깐 온 여행지에서의 기분은 하늘을 찌르는 듯 하지만,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며, 이는 거부할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일상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
여행은 계획할 때부터 시작되지만, 오히려 여행 중에 이미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이틀을 남기고, 나는 벌써 일상으로 복귀할 준비를 한다. 가족에겐 내색하지 않지만, 아니 어쩌면 계획을 할 때부터 나는 일상을 염두했는지도 모른다. 먹고사니즘을 거부할 수 없고,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가장의 무게는 여행의 부산함보다 크다.
행복은 순간이면 족하다.
나는 안다. 행복을 붙잡으려 하거나, 그것을 인위적으로 더 늘리려 하면 삶은 오히려 더 고단해진다는 것을. 고로, 순간의 행복을 느꼈다면 일상으로의 회귀를 억울해하지 않는다. 순간에 중독되는 것이 아닌,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행복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간혹, 삶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미련 없이 보내주면 된다. 그러다 보면 또 언젠가 만나게 될 것이고, 그 만남은 돌고 돌아 반복되겠지.
오늘은 깐꾼의 바다가 어째 더 푸르러 보인다.
[종합 정보]
[신간 안내] '아들아, 나는 너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소통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