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의 냄새

<스테르담 여행 인문학>

by 스테르담

돌아다녀보지 않은 대륙과 나라를 세는 게 더 빠를 만큼, 온 세계를 누볐다.

유럽과 중남미에서 주재하며 긴 시간을 그들의 삶에 스며들기도 했다.


가보지 못했던 곳에 도착하면, 과중한 업무에 대한 부담과 함께 새로운 곳에서의 탐험에 대한 기대감도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다른 국가, 다른 지역, 다른 기후, 다른 사람,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음식, 다른 삶의 방식. 생경한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곳에 툭 하고 떨어지면, 나는 그네들의 삶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곧 업무와도 연결되는 인사이트다. 출장은 업무와 연결되고, 업무는 성과와 직결되며, 성과는 해당 시장을 잘 이해하는 것으로부터다. 결국, 마케팅과 브랜드 그리고 사업이라는 것은 사람과 직결되어 있다. 그들이 왜 그렇게 사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이것을 좋아하고 저것을 싫어하는지를 규명하는 그 자체가 고됨과 보람의 양면이다.


나는 간혹 출장을 냄새로 기억하곤 한다.

냄새는 코로만 마시지 않는다. 느끼는 냄새도 있다. 분위기, 그날의 온도와 습도. 첫 냄새는 공항이다. 공항의 분주한 냄새는 어서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조급함을 주지만, 어쩐지 들뜬 느낌을 주입한다. 아무리 출장이라도 말이다. 그러다 들어선 면세점엔 세련된 향기가 흐른다. 갖가지 향수 샘플들이 고급스러운 냄새를 풍기며 자기를 사라고 아우성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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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비행기에 오르면 차가운 공기의 냄새가 온몸을 감싼다.

분주함에 잠깐 더운 듯 하지만, 목표 고도에 오르면 비행기 안은 건조함과 저온의 냄새가 가득하다. 음식 냄새도 그리 강하지 않을 정도로 공기는 대류 하고, 날아가는 기체 소음은 음식 맛도 저하시킨다.


도착한 곳의 냄새는 기후와 온도 그리고 습도에 좌우된다.

덥고 습한 곳의 냄새는 대개 비슷하다.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더 그렇고, 추운 곳이라면 음산한 기운의 냄새가 코로 들어와 머리의 정신을 바짝 세운다. 재밌는 건, 추운 곳이라도 건조한 곳과 습한 곳이 있는데 대개 건조한 곳의 온도가 더 낮지만 더 큰 추위를 느끼는 곳은 습한 곳이다. 특히 한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옷을 뚫고 들어오는 기분 섬섬한 추위. 이러한 추위는 대개 유럽 겨울의 것이다.


호텔 로비의 냄새도.

호텔 방의 냄새도 거기서 거기다. 커피나 주스 그리고 계란 요리 냄새는 호텔 조식 식당의 시그니처다. 커피를 마실까, 주스를 마실까... 둘 다 테이블에 놓이지만 결국 둘 다 다 마시지 못하고 자리를 뜬다. 토스트나 계란 요리를 먹고 나면 배는 부르지만 든든하진 않다. 어쩐지 가슴과 배 중간에 얹혀 있는 느낌으로 오전을 보내다, 점심에 한국 식당을 찾아 김치와 고춧가루 냄새를 맡으면 호텔 조식이 바로 소화된다.


한식으로 양식을 누른다는 느낌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나는 결국 집냄새를 맡는다.

같이 있을 땐 모르지만 떠나고 돌아와 보면 아는 냄새. 냄새 이상의 냄새. 향기 이상의 향기. 편안함과 안도감의 냄새. 포근하고 위로가 되는 향기. 가족의 냄새. 분위기의 향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해 마지않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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