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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09. 2017

자괴감과의 대화

세상을 가장 쉽게 살아가는 존재


자괴감,

너는 참 좋겠다.


삶을 아주 거저먹는구나.

너만큼 세상을 쉽게 사는 존재가

또 있을까.




너는,

내가 행하지 않는 것들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파고들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존재.


후회를 하게 하고

자책은 덤이요

우울은 선물이로다.




내가 너를 키워 온 건지

아니면, 네가 나에게 기생하는 건지.


분명한 건

너를 먹이는 것,

네가 먹고 있는 것은

나에게서 온 것임이 맞네.


만연하고 만연하구나.

네가 먹을 것들.


나의 의지 부족을,

나의 귀찮음을,

내일로 미룬 모든 것들을

너는 먹고 사니까.




더욱이나

새해가 되거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그때,

바로 그때가

그 부스러기가 가장 많은 순간이지.


허겁지겁 먹을 이유도 없이

너는 그 부스러기들을

유유히 쓸어 담지.


입꼬리가 올라가는 

너는 어느새

눈꼬리도 올라가지.


당최,

입만 웃는 일은 없는 너니까.




신은,

나에게 삶을 거저먹지 않도록

너란 존재를 하사 했나 보다.




그래,

난 너를 이길 수 없다.


인간으로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이

무궁무진할 테니까.


그리고 그 무궁무진 함속에서

허덕이며 인생을 살아가고

그 모든 것들은

나를 탓할 테니까.


그러니,

난 너를 이기지 않겠다.


하지만,

이기지 않는다는 것이

패배를 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게 중요하다.




너를 먹여 살리는 것은

나 이므로,

나는 너와 함께 가겠다.


괴로움이 지나간

그곳에

바로 거기에

나는 나를 다시 쌓겠다.




다시,

잊지 마라.


너를 먹여 살리는 건,

바로 나다.




같이 가자.

자괴감이 들 때,

난 또 다른 시작이라 믿겠다.


거저먹는 삶을 네가 누릴 때,

난 다시 시작하겠다.




이것이,

너를 이길 필요도 없고,

너에게 질 필요도 없는 이유다.


그냥,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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