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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20. 2017

바다, 사랑, 파도, 우리

어느 정도 젖을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건 선택 사항이 아니니까


사랑은 말야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아이와 같아




파도가 밀려오면 도망가고

파도가 밀려가면 따라가고

영락없는 밀당과 같다니까




그러다 조금이라도 젖게 되면

화들짝


뭔가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처음엔 신발 일부가 젖고

젖은 신발은 벗어 버리고

양말도 젖고

양말도 벗어 버리고


어느새

발목

종아리

허벅지를 넘어

가슴까지 차고 올라

저도 모르게 풍덩하고 말지




그렇게 바다에 빠지고

그렇게 사랑에 빠지고




날씨가 뭔 상관일까

뛰어노는 와중엔 신나지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바닷물이 짠지도 몰라

그저 마냥 좋지


물장구치고

파도와 함께 놀고




그러다 문득 생각해

아, 너무 와버린 걸까




바다와 헤어지고 나면

만신창이가 된 자신을 발견해


추워 죽겠어

옷은 축축해


달라붙는 느낌이

정말 싫어


이제사 입에 떠오르는

쓰디쓴 짠맛




수건 하나

준비하지 않은 그 모습은

그저 그렇게 초라하지




누굴 탓할까

누가 들어가래?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무런 각오도 없이




그런데 괜찮대

재미있었대

후회 안한대


그런데 왜 울어?




괜찮아

울지 마


옷은 말리면 되고

몸에 있는 찝찝한 소금기는

샤워하면 그만이야


그리고 조금만 쉬어

그리고 다시 파도와 놀아




이번엔

발목만 젖을지

아니면 또다시 온몸을 풍덩할지


그건 네가 결정해

이제 알았잖아




대책 없이

바다에 빠지는 거

사랑에 빠지는 거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그래도 바다는

항상 우리를 부르지

우리를 오라 하지


좋은 기억

안 좋은 기억

모두 다 주면서




그렇게 사랑은

항상 우리를 부르지

우리를 오라 하지


좋은 기억

안 좋은 기억

모두 다 주면서




바다를 앞에 두고

파도와 장난치는

아이는




너와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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