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어릴 적 나에게 청소는 귀찮음 그 자체였다.
방의 어지럽힘과 수북하게 쌓인 먼지는 당연한 것이었다. 어머니의 잔소리에 억지로 청소를 하긴 했지만, 그것도 대충대충. 눈에 보이는 것만 어딘가에 처박아두고, 어차피 다시 지저분해질 거 왜 청소를 하냐는 합리화를 스스로에게 달콤하게 속삭이며 청소를 빨리 끝내곤 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니, 확실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청소는 귀찮음이 아니라 카타르시스가 되었다. 세상과 사회에서 얻어온, 덕지덕지한 얼룩 때문일까. 어릴 때와 다르게 때 묻은 영혼의 발악은, 재미있게도 청소로 이어졌다. 바닥이든, 창틀이든, 설거지든. 마음이 어지럽고 스산할 때면, 나는 청소를 했다. 그래서 청소를 정말 자주 하게 되었다. 더러운 것이 치워지고, 쌓인 먼지가 제거되고 남는 반짝반짝함과 개운함은 오롯이 내 것이었고 그만큼 마음도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청소로도 지울 수 없는 얼룩. 아픔. 상처. 외로움과 두려움. 원망과 분노. 청소를 마치고 즐기는 차 한잔의 여유로는 가시지 않는 것들.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또한, 글쓰기가 내 마음의 어지러운 방을 청소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란 걸 알게 되었다. 글쓰기가 준 변화는 청소와 깨끗함 그 이상이었다.
우선, 마음속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마음속 방은 이렇게 생겼구나. 이러한 넓이구나. 이만큼 어지럽혀져 있었구나. 내가 정말 내 속을 이렇게까지 들여다보지 않았구나...
청소기로는 물리적 청소를.
글쓰기로는 마음의 청소를.
확실히, 청소는 카타르시스다.
청소는 구석구석해야 제맛이다.
보이지 않는 곳.
닿을 수 없는 곳.
그 어떤 만능 청소기보다 성능 좋고, 자유자재로 변하며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글쓰기란 청소기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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