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에세이>
무언가를 이룬 사람을 보면 그 대단함에 주눅이 들곤 했다.
나에겐 없는 무언가를 가진 그들의 면면이 있었기에,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었을 테니까.
이러한 마음은 자책으로 귀결되었다.
자책은 높은 목표를 설정하게 했고, 나는 그 장벽을 넘지 못해 또다시 자책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선,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존재의 초라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루의 시작부터 행복은 사라지고, 물에 젖은 휴지처럼 매 순간이 버겁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나 자신에게 무언가를 물어본 적이 거의 없던 것 같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질문'은 정답만을 찾던 나에게 경종을 가져다준 어느 발명과도 같은 인생 최대의 혁신이었다.
자책의 근원을 먼저 물었다.
왜 자책할까. 무언가를 이루지 못해서. 왜 이루지 못했을까. 목표가 높아서. 왜 목표가 높을까. 한 번에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왜 한 번에 무언가를 이루려 하는가. 나를 위해서. 그래야 행복할 것 같아서.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러면 인정받을 테니까.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함인가. 타인에게서. 왜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싶은가. 그래야 뭐라도 된 것 같아서. 타인에게 인정받으면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가.
잠시 질문이 멈췄다.
그러게. 타인에게서 받는 인정은 나를 평생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인정받고 나면, 또 다른 인정을 받기 위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삶은 흘러가지 않을까.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꾸준함이 없다고 자책했던 세월이, 그러하지 않은 날보다 많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통해 알게 된 건 바로 '멈추지 않는 것의 대단함'이다.
모두가, 늘, 언제나 꾸준할 순 없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이다.
글쓰기를 매일 해야 꾸준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신을 위해서라면 강박적인 매일 글쓰기를 할 게 아니라, 매일 숨을 쉬듯 그저 멈추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거에 나에게, 나는 전하고 싶다.
"꾸준하면 좋겠지. 그러나 꾸준함이 없다고 스스로를 깎아내리지는 마. 오늘도 숨 쉬고 있다면, 너는 무언가를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해낸 사람이야. 멈추지 않는 것의 대단함을 알아차려. 글을 쓰고, 너에게 물어. 너만의 해답을 찾아. 세상의 정답은 타인의 인정을 가져다줄 것 같지만, 그것이 너를 해방하진 않아. 어차피 삶은 고뇌의 연속이고, 잠시 잠깐의 행복이 머물다 갈 뿐. 순간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사람이 인생의 승자가 되는 거야."
죽음은 삶을 멈출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 전까지 내 삶은 멈추지 않는 무엇이 된다.
멈추지 않는 것엔 대단함이 있다.
고로, 나는. 당신은.
모두 대단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