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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30. 2015

[너를 만난 그곳] #7. 내 직장의 기억 Part 1

그리고 난 다짐했다. 반드시 살아 남을 것을

-1-

"저는 발정 난 수탉입니다!"
면접관들이 조금  동요한다. 표정이 나쁘지는 않다.
성공이다. 내가 원한 반응.

"왜 그런가?
예상 대로 되묻는다.

"네, 발정 난 수탉만큼 열정적인 존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각오로 회사에 임하고자 합니다!"

"자네... 발정은 금방 끝나는 것 모르나?"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다. 순간 당황했다.
운 좋게도 상황에 적절한 말이 생각보다 말로 먼저 튀어나왔다.

"네, 그러나 발정은 영원합니다!"

그 이후부터 그 발정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2-

사실 발정 난 수탉의 비유를 처음 시도한 곳은 다른 회사였다.
하지만 "발정 난 수탉"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의미와는  상관없이 면접관들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끝내 합격자가 되지 못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회사는 끝내  공중분해되었다.

-3-

나의 열정을 인정하고 받아 준 회사는 누구나 아는 이름의 대기업이며, 그러기에 전형적인 한국 문화의 회사이다. 오너가 운영하는 회사이며 다수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나는 나의 직장과 일을 사랑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나의 열정을 편견 없이 받아주어 빚을 갚게 해주었고,
둘째, 아버지에게 배우지 못한 사회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몸소 부딪치며 배우게 해주었기에.

-4-

난 아버지 없이 자란 것에 대해서,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어머니도 어디 가서 아버지 없이 자란 티 나지 않도록 어려운 살림에도 물심양면 지원하여 주셨고, 그만큼 예의와 범절을 강조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친구의 집에 갔을 때 허락 없이 그 집 냉장고를 열지 않는다.

하지만, 고등학교 교복을 받아 들고 넥타이 매는 법을 몰라 친구에게 그 방법을 배웠을 때, 남들 다들 가는 어학연수나 배낭여행을 생활고로 포기했을 때, 월세가 밀려 쫓겨나듯 나간 단칸방 주인이 집 앞 버려진 가구를 치우라고 했을 땐 아버지의 존재가 그립고 많이 서러웠다.

새벽 3시 집 앞 버려진 가구를  등에이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길에 다짐과는 달리 눈물이 차올랐다.
소리 내며 울었다. 당시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새벽에 전화하여 울어제꼈다.
많이 싸우고 헤어진 여자친구도 무슨 일이냐며 위로해주고 감싸주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라도  위로받고 싶었다.

-5-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회사는 내게 정말 많은 것들을 알려준 신세계였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많이 바꾸기도 했고, 또 일깨우기도 했다.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소통 방법, 각 부서의 업무 특성에 따른 일처리 방법, 그와 더불어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과 새로운 음주 문화.

회사원이어서 월급쟁이어서 힘든 부분이 있지만,
난 정말 재미있게 회사에 적응해 갔다.

아버지에게 배우지 못한 것들에 대한 배고픔을 채우려 하듯이.

그리고 난 다짐했다. 반드시 살아 남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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