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선 '대상화'의 활용이 필요하다
신입사원 때였다.
점심시간, 사무실을 내려와 회사 뒷문으로 나가는 길은 언제나 붐볐다. 뒷골목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하느라 같은 시간 배고픈 직장인들은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막내로서 팀을 따라나서던 그때, 저 멀리 건물 유리에 비친 우리 팀 속에 속해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무리 안에서, 나는 개별적 존재가 아니었다. 팀에 속한, 넥타이를 갑갑하게 목 끝까지 바짝 조이고 흰 와이셔츠 안에 갇힌 직장인이자 아저씨였다. 학생 때는 점심시간이면 우르르 몰려 나가는 넥타이 부대 속에 내가 있을 거라곤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대상화'한 것이다.
각 존재의 개별성을 고려하지 않은 위압적인 시선은 나로부터 나에게로도 이른다. 나는 나를 흰색 와이셔츠에 갇힌 아저씨 직장인으로 스스로를 규정했다. 무기력해지고,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별로서의 나는 무너졌고, 그 무너진 곳을 짓밟고는 스스로 대상화한 어느 존재가 우뚝 서 있던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나는 가끔 '회의(懷疑)'한다. '직장인'으로서 갖는 애환과 어려움에, 개별로서의 나를 욱여넣는다. '직장인'은 월급이나 받아 꾸역꾸역 살아가는 존재로 규정하거나, 퇴사하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동조한다. 이는 '직장인'은 주도적인 존재라는 것, 개개인의 역량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시선이라는 점에서 불편하고 불합리하다. '직장인'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은 그렇게 확고하고 단정적이며, 개별의 가치는 바스러진다. 더 무서운 것은 내가 스스로를 그 정도로 '대상화'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은 어떠할 것이며 직장이라는 조직은 또 어떠할 것이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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